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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장

소만리의 강렬한 눈빛에서는 호정에게 한 치의 거짓말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호정은 약간 찔려서 머뭇거리다가 일부러 시선을 피하며 차창 밖을 내다보았고 고민스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 “무슨 다른 방법이 있어요? 나도 살아야 하니까 타협할 수밖에요.” 호정은 달갑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난 당신과 싸울 능력이 전혀 없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어요. 처음에는 너무 순진해서 막무가내로 나갔던 거예요. 기 선생님은 내가 따라갈 수 있는 남자가 아니었어요.” 호정은 매우 슬픈 눈빛으로 한숨을 내쉬며 눈을 내리깔았다. “기 선생님은 아주 매력적인 분이에요. 내 신분도 모르고 함부로 불나방처럼 덤볐으니, 아휴...” 호정은 이 말을 내뱉으며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소만리는 조용히 호정을 바라보며 그녀가 하는 말을 잠자코 들었다.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이것 말고 또 있어?” 소만리는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호정은 어리둥절해하면서 고개를 들었고 소만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하고 싶은 말은 이게 다예요. 전 아가씨가 나 같은 소인배가 저지른 잘못을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고 기 씨 집안에서 지내며 열심히 일을 배울 수 있게 아량을 베풀어 준다면 그저 바랄 게 없어요.” 호정의 얼굴은 사뭇 진지해 보였다. 소만리도 더 이상 캐묻지 않고 담담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음 며칠 동안 호정은 소만리를 따라 회사를 들락날락하며 퇴근 후에는 기 씨 집으로 돌아왔다. 호정은 바지런하게 집안 일도 도우면서 기모진의 환심을 사려고 했다. 하지만 기란군은 매우 영리하고 똑똑한 아이였다. 호정의 얼굴에서 흘러나오는 미소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님을 기란군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소만리 역시 이 모든 것을 눈치채고 있었고 호정에게 기란군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완곡하게 말하면서 맡은 업무만 잘 하면 된다고 일렀다. 호정은 말로는 알았다고 대답했지만 마음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질투심은 더욱더 불타올랐다. 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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