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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장

소만리는 기자에게 추궁을 당하고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향해 당당하게 걷다가 입을 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저와 제 남편을 둘러싼 여러 가지 억측이나 모함, 심지어 너무나 터무니없는 뉴스들 많이 보셨잖아요. 그것들이 사실인 적 한 번이라도 있었어요?” 소만리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기자님들이 더 잘 아시잖아요?” 기자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고 그중 한 명이 다시 물었다. “그럼 부인은 방금 저 여자가 일부러 기모진 사장님을 흠집 내러 왔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사실은 기 사장님과 저 여자 사이에는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도요?” 기자의 말을 들은 소만리는 잠시 정신이 멍했다. 그녀는 거짓말에 서툴렀다. 그녀의 기억에 기모진과 저 시중 사이에 일어난 일이 파편처럼 확실히 자리 잡고 있긴 했다. “부인, 왜 말씀을 안 하시는 거죠?” “설마, 이 일이 정말 사실인가요? 방금 그 여자가 손목을 그으며 자살하려고 했는데 연기하는 게 아니었던 거죠? 누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저런 연기를 하겠어요?” 소만리의 표정을 탐색하듯 기자는 꼬치꼬치 캐물었다. 소만리는 순간 정신을 번쩍 차렸다. “상대방을 비방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내가 이렇게 말했으니 당신들 무슨 말인지 잘 알 거예요, 그렇죠?” “...” 소만리의 말에 기자들은 더 이상 캐묻지 못했다. 소만리가 홱 돌아서는 뒷모습을 보면서 아무도 감히 다가가려 하지 못했다. 사무실로 돌아온 소만리는 방에서 여분의 옷을 갈아입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마자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기모진이었다. 분명 그녀를 부르는 사랑스러운 벨소리였지만 소만리는 지금 그 벨소리가 너무도 초조하게 들렸다. 소만리가 핸드폰을 들고 잠시 망설이다가 통화버튼을 눌렀다. 기모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흘러 들어왔지만 실상은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소만리, 회사에 무슨 일 생긴 거 아냐?” 그는 바로 물었다. “방금 누군가한테 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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