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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6장

”내려갈 거야?” 안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가슴이 불안하게 뛰고 있었지만 애써 상처받은 척 연기하며 돌아섰다. 휠체어를 탄 남연풍은 천천히 문 쪽으로 다가왔다. “남연풍, 당신이 이겼어. 난 더 이상 여기 남아서 모욕을 자초하고 싶지 않아.” “내가 이겼다고?” 남연풍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고승겸과 안나의 대화 소리는 크지 않았고 특히나 몇 마디는 고승겸이 일부러 낮은 목소리로 말을 해서 남연풍이 알아듣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남연풍은 자신이 고승겸의 마음속에 특별한 존재로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지금 남연풍은 안나의 말이 너무나 우스울 뿐이었다. “당신이 보기에 내가 이긴 것 같아? 내 두 다리가 이렇게 망가졌고 얼굴도 이렇게 엉망이 되었어. 게다가 남은 인생도 별 볼일 없이 이렇게 폐인처럼 살게 될 거야. 이런 나의 어디가 당신을 이겼다는 거야? 당신이 직접 손을 써서 날 이렇게 만든 것이 진정으로 이긴 거 아니야?” “...” 역시나 남연풍이 말을 하고 말았다! 안나는 바로 눈을 희번덕거리며 부인했다. “남연풍,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당신이 지금 이렇게 된 게 나 때문이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당신한테 이런 일을 할 수가 있어? 승겸, 남연풍이 지금 헛소리하는 거야. 듣지 마. 난 절대 그런 짓을 한 적이 없어. 남연풍이 일부러 나한테 뒤집어씌우려는 거야.” 안나가 계속 부인하는 말을 늘어놓자 어디선가 또 다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남연풍이 당신에게 일부러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게 아니에요. 그날 밤 저도 봤어요.” 안나는 말소리를 듣고 고개를 홱 돌렸다. 초요가 여지경과 함께 복도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것이었다. 안나는 더 이상 어찌할 바를 몰랐다. 초요는 성큼성큼 다가와 안나의 손등에 난 상처를 가리켰다. “그 상처는 당신이 남연풍에게 칼을 들이대었을 때 생긴 거잖아요. 당신은 남연풍의 얼굴을 다치게 했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다리도 망가뜨렸어요. 남연풍이 당신에게서 도망치다가 실수로 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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