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1장
뒷모습을 본 고승겸은 남연풍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우아한 자태에 싸늘한 눈빛으로 아무런 감정 없이 말했다.
“남연풍, 당신 왔어?”
농담하듯 가볍게 내뱉은 고승겸의 낮은 목소리가 남연풍의 귓가에 들려왔다.
남연풍은 주먹을 꽉 쥐며 담담하고 차분하게 대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심장 박동은 여전히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뛰고 있었고 그녀의 얼굴에도 고스란히 그 긴장과 두근거림이 드러났다.
남연풍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고승겸은 긴 다리를 내디디며 남연풍 앞에 다가섰다.
남연풍은 이내 몸이 아픈 척 고개를 숙이고 기침을 연발했다.
남연풍이 왜 마스크를 쓰는지 의아해하던 고승겸은 기침을 심하게 하는 것을 보고 감기 때문에 마스크를 쓴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남연풍은 완벽하게 고승겸을 속인 셈이었다.
잠시 기침을 하는 척하다가 감정을 추스른 남연풍은 태연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승겸의 의미심장한 눈빛을 마주 보았다.
“고 선생이 특별히 청첩장을 보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 마음을 저버릴 수 있겠어? 하지만 고 선생 안목은 좀 떨어지는 것 같은데.”
남연풍은 안나를 비꼬며 말했다.
소리 없이 주먹을 불끈 쥔 남연풍의 머릿속은 안나가 소만리라는 이름을 뒤집어쓰고 자신을 지하실에 가둬놓고 괴롭혔던 장면으로 가득했다.
남연풍을 보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짓던 고승겸의 얼굴에 도도한 미소가 짙어졌다.
“내가 뽑은 사람이 아무리 형편없어도 내 아내야. 내 곁에서 오랜 세월 입에 혀처럼 굴며 복종하면서도 결국 실속도 하나 없던 누구랑은 다르지.”
“허허, 실속?”
남연풍은 고승겸의 말을 듣자마자 웃음이 나왔다.
“고승겸, 아직도 내가 당신한테서 뭔가 실속을 기대한다고 생각해? 그날 분명 말했지. 우리는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라고. 난 단지 당신을 이용해 목적을 달성하려고 일부러 당신에게 복종하면서 당신을 방심시켰을 뿐이야.”
남연풍이 이 말을 꺼내자 고승겸의 얼굴빛이 달라졌다.
남연풍도 고승겸의 불편한 심기를 느끼며 마음 한 편이 아팠지만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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