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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9장

고승겸의 말을 들은 소만리의 눈빛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녀는 눈앞에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웃고 있는 눈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섬뜩한 느낌이 온몸에 솟구쳤다. 이 남자는 그녀를 꿰뚫어 보았지만 좀처럼 겉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소만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변명할 기미도 보이지 않자 고승겸의 눈에는 오히려 그녀의 표정을 감상하는 듯한 빛이 감돌았다. “언제부터인지 말해줄 수 있어?” 고승겸은 온화한 목소리로 물었다. “언제부터 최면이 풀린 거야?” 온순하던 소만리의 태도가 갑자기 예리한 눈빛으로 바뀌며 그녀는 한층 굳어진 말투로 입을 열었다. “그럼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말해줄 수 있어? 왜 내 남편을 조사하고 자료를 수집했어? 그리고 왜 나한테 최면을 걸고 거짓 정보를 심어주려고 했던 거야? 여긴 왜 데려온 거야?” 소만리는 마음속에 품었던 의혹들을 털어놓았다. 소만리가 묻는 말에 고승겸은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 그는 들고 있던 와인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무런 목적 없이 하는 행동이 재미가 있는 법이야.” 이 말을 듣자마자 고승겸이 무언가를 숨기려고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고승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만큼 눈치 없는 그녀가 아니었다. “고승겸, 당신이 나를 구해준 것은 고맙지만 그것을 조건으로 해서 내가 당신과 무슨 혼인을 맺었다고 속일 수는 없어.” “난 당신에게서 성가신 안나를 떼어내는 걸 돕는 줄 알았고 당신이 말한 약혼 계약서도 단지 형식일 뿐이라고 믿었어. 그런데 알고 보니 그건 사실 혼인 서약서였던 거야.” 고승겸은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맞아, 산비아 결혼 제도상 당신은 지금 나의 합법적인 아내인 거야. 그와 동시에 기모진과 혼인을 맺었으니 엄밀히 말하면 당신은 지금 중혼죄를 범하고 있는 거지.” “그래서 그때 당신이 이걸 무기로 기모진을 위협했기 때문에 그가 순순히 당신에게 날 데리고 가라고 한 거로군.” “당신 말 대로야. 딱 그대로 내가 기모진한테 말했지.” 고승겸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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