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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9장

기모진에게는 눈앞에 나타난 여인이 낯설었지만 안나에게는 기모진의 얼굴이 익숙했다. “당신이 기모진이죠. 난 당신 잘 알아요.” 안나는 관리를 잘 받은 예쁘장한 얼굴을 빳빳하게 들며 스스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었다.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안나예요. 난 당신이 소만리를 찾고 있다는 걸 알아요. 그 일을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안나가 거침없이 자신의 목적을 완전히 꿰뚫어보고 말하는 것을 보고 기모진은 마음속에 의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누구세요? 내가 여기 와서 뭘 하려는지 어떻게 알아요? 그리고 당신이 날 도와준다는 말을 내가 무슨 근거로 믿을 수 있겠어요?” 기모진이 되물었다. 안나는 기모진의 말을 듣고 더욱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좀 들어가서 말해도 될까요? 여기 서서 얘기하기엔 좀 불편할 것 같은데요.” 이 말이 떨어졌을 때 마침 다른 투숙객이 호텔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기모진은 재빨리 자신에게 어떤 게 득일지 실일지 따져보았고 이내 방문을 활짝 열었다. “들어오세요.” 안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기모진을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으로 들어온 후 그녀는 빙빙 돌리지 않고 바로 얘기를 꺼냈다. “고승겸은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던 오빠예요. 크면 당연히 그와 결혼할 거라고 오랫동안 그를 기다렸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은 나에 대해서 한 번도 남녀 간의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대요. 심지어 그 사람은 날 싫어하기까지 해요.”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데. 결국 갑자기 그 사람은 다른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하잖아요. 그러니 내가 기분이 좋을 리가 있겠어요?” 안나는 말을 마치며 기모진의 깊은 눈동자에 시선을 던졌다. “알죠. 당신 기분이 어떻다는 걸.” 기모진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을 이었다. “당신은 내가 하려는 일을 잘 아는 것 같군요.” “그럼요. 잘 알죠. 예전에 어떤 여자가 당신 아내와 똑같이 얼굴로 성형하고 사칭하려던 일도 알고 있어요.” 안나는 여유롭고 침착한 모습을 보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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