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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3장

”그 사람이야.” 초요가 창가로 다가갔다. 창밖에는 어둠이 깔려 그녀는 고승겸의 얼굴을 자세히는 볼 수 없었지만 대략적인 윤곽은 볼 수 있었다. “초요, 고승겸을 알아?” 기모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초요에게 다가가 물었다. “고승겸?” 초요는 그의 이름을 되뇌이며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역시 그 사람이었어.” “정말 고승겸을 알아?” “난 그 사람을 알지만 그 사람이 날 아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초요는 이국땅에서 최면술을 배우던 시절을 떠올렸다. “내가 산비아에서 최면술을 배우던 해에 고승겸이 일주일에 한 번씩 와서 수업을 해 주었어요.” 이 말을 듣고 기모진은 매우 놀랐다. 초요는 창밖에서 점점 멀어지는 차를 보고 돌아서서 방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모두 고 교수님이라고 불렸어요. 산비아 칼리지에서 매우 인기가 있었죠. 그는 뛰어난 외모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월등한 재능, 그리고 심리학적 최면술에 아주 능통했을 뿐만 아니라 가정환경도 어마어마했거든요.” 여기까지는 기모진도 아무런 의구심이 들지 않았다. 고승겸의 신분 배경에 대해서는 기모진도 어느 정도 조사를 했던 터였다. 산비아는 서유럽에 위치한 작은 나라로 많은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입헌군주제의 전통이 있는 나라였다. 고승겸은 황실 구성원 중 한 명으로 자작의 직함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차치하고라도 고승겸이 왜 소만리에게 최면을 거는 것인지 목적이 무엇인지 기모진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고승겸의 최면술은 대단했어요. 당시 칼리지에 있을 때는 아무도 그의 최면술을 풀지 못했어요. 그는 심리학에 대한 조예도 깊었어요.” 초요는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사람을 어떻게 건드릴 수 있겠어요?” 그렇다. 어떻게 이런 사람을 건드릴 수 있을까. 기모진은 안타까운 듯 한숨을 내쉬었고 얼마 전 있었던 일을 초요에게 말했다. 초요도 점차 그동안의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다. “고승겸이 소만리 언니를 구해준 사람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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