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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9장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거실에 들어온 고승겸은 검은 양복 차림이었다. 마침 밖에서 일을 마치고 들어오는 길인 것 같았다. 자신의 모친 여지경에게 다가간 고승겸은 발걸음을 멈추었고 아무 표정 없던 그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여지경은 아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상당히 흐뭇한 듯 입을 열었다. “승겸아.” 그녀는 승겸을 부르며 두 팔을 벌려 가볍게 포옹하려고 다정하게 얼굴을 밀착시켰다. 매우 호방하게 보이는 서양식 제스처였다. 고승겸은 포옹을 풀고 나서 입을 열었다. “어떻게 갑자기 말도 없이 이렇게 왔어?” 여지경은 소만리를 흘끔 쳐다보았다. “왜? 엄마가 갑자기 와서 여자친구 놀래키기라도 할까 봐?” 여지경의 말을 들은 고승겸은 소만리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소만리는 마음이 강한 사람이라 이런 것쯤에는 놀라지 않을 거예요.” “어? 그래? 여자친구를 잘 아는 모양이지?” 여지경은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며 다시 소만리에게 시선을 던졌다. 소만리는 지금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그 눈빛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답고 예리한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그러나 눈이 예쁘다고 해서 얼굴이 다 예쁜 건 아니었다. 이목구비 중 한 곳이 예쁘다고 해도 전체적으로 조화롭지 못한 얼굴을 수도 없이 봐 왔다. 여지경의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얼굴이 망가진 일은 동정할 만한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여자를 루이스 가문에 들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안나와 그녀의 엄마는 가만히 곁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가식의 가면을 한꺼풀 덮어쓴 채 끼어들었다. “승겸이 왔어? 오랜만이야. 아줌마한테도 얼굴 좀 보여줘.” 안나의 엄마는 만면에 웃는 얼굴로 고승겸을 맞이했다. 안나도 따라붙으며 곱게 단장한 얼굴을 뽐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겸이 오빠.” 그녀는 일부러 콧소리를 한껏 들이부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고승겸을 불렀다. 그러나 고승겸은 두 모녀의 뜨거운 인사는 전혀 들리지 않는 듯 소만리 곁으로 다가가 다정하게 입을 열었다. “소만리, 여기는 내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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