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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2장

기모진은 앞으로 달려가 막으려 했다. 그러나 다리에 힘을 주자 종아리에 찢어지는 듯한 아픔이 온몸으로 전해져 겨우 아물었던 상처에 다시 피가 배어 나왔고 새하얀 거즈를 붉게 물들였다. 붉게 물드는 선홍색 거즈를 보고 소만리는 가슴이 아파왔다. “모진!” 그녀는 본능적으로 그에게 달려가려고 했지만 경연은 그녀의 어깨를 힘껏 감쌌다. “그에게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더 많은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걸 아직도 모르겠어?” 경연은 낮은 목소리로 소만리의 귓가에 경고했다. 소만리는 주먹을 불끈 쥐며 입술을 깨물었다. “경연, 계속 이렇게 당당히 활보하지는 못할 거야. 당신 반드시 잡힐 거거든.” 경연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잡히기 전에 꼭 목표를 이루어야겠군.” 소만리는 증오에 찬 눈으로 경연의 조롱기 섞인 미소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의 무력함에 더없이 힘이 빠졌다. “소만리, 이 남자 따라가지 마.” 기모진의 말투는 거의 애원에 가까웠다. 소만리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감히 애원하는 기모진의 슬픈 모습을 두 눈으로 마주 볼 수가 없어서 살짝 시선을 돌렸다. “모진, 당신 쉬어야 해. 기회가 있다면...” 기회가 있다면 난 반드시 내 몸 아끼지 않고 당신한테 달려갈 거야. 그러나 기모진, 지금은 그럴 수 없어. 소만리는 하고픈 말을 마음속에 담아둘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먹먹한 아픔을 억누르고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어서 가!” “소만리!” 기모진은 벽을 짚고 쫓아가려 했지만 그녀가 돌아서자 그의 상처는 더 아파오는 것 같았다. “소만리!” 기모진의 손등에서 핏줄이 터졌고 손가락 마디에서 ‘두둑' 하고 소리가 났다. 멀어져 가는 소만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여전히 그녀의 뒤를 바짝 쫓고 있었다. 터진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그의 종아리로부터 한 줄기 선을 그리며 떨어졌고 긴 복도에 흔들리는 그의 발자국 따라 구불구불 흔적을 남겼다. 하지만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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