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6장
편지를 다 읽은 소만리의 눈에 슬픔이 차올라 눈물이 하염없이 떨어져 마음을 적셨다.
그녀는 붉게 젖은 눈을 들어 이름 없는 묘비를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
“내가 어떻게 당신을 잊을 수 있겠어?”
그녀는 눈물짓는 얼굴에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다.
찬바람이 불어와 소만리의 몸속을 온통 부셔놓는 것 같았다.
그녀는 갑자기 사화정과 모현의 무덤으로 달려가 털썩 무릎을 꿇었다.
“엄마, 아빠 제발 모진을 용서해 주세요. 제발...”
소만리는 고통스럽게 애원했고 기여온은 소만리가 왜 그렇게 슬퍼하는지 영문도 모른 채 소만리 곁에 달려와 함께 무릎을 꿇었다.
두 모녀는 묘비 앞에 무릎을 꿇고 초겨울 찬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울며 서로 위로하였다.
그때 묘지 아래 큰 문 앞에 검은 승용차에 탄 남자가 깊은 눈을 들어 먼 곳을 바라보다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
“가자.”
차는 빠르게 시동을 걸어 점점 텅 빈 도시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
묘지를 떠나면서 소만리는 기여온을 심리치료실에 데려가는 것을 잊어버렸다.
그녀는 이미 제정신이 아닌 하루를 보내느라 온몸의 힘이 다 빠진 듯 정신이 몽롱했다.
그녀는 집안 사람들에게 기모진이 죽었다는 것을 도저히 알릴 수가 없었고 기모진을 잃은 상실감을 온전히 혼자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경연은 소만리가 마음속에 아직 기모진을 놓지 못하는 것을 알고 그녀에게 협의이혼을 제안했었다.
그래서 소만리는 언제든지 그와 서명하고 헤어질 수 있었다.
소만리는 그에게 고맙다는 말밖에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한겨울을 지내오며 아이들은 부쩍 자랐다.
초여름 신학기 첫날 소만리는 경연과 함께 기여온과 기란군을 새 유치원을 보내게 되었고 담임 선생님께 기여온의 상황에 대해 알려드렸다.
선생님은 이렇게 맑고 고운 아이가 말을 할 줄 모른다는 사실에 정말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그날 경연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끊고 난 후 흑강당 일에 대해 최종 결과가 나왔다고 소만리에게 말했다.
강연은 끝까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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