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9장
기모진은 자신이 여기에 오면 괴로울 거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는 내려놓지 못했다. 뼈에 사무친 이 여인을 놓지 못하고 온 것이었다.
가늘고 촘촘한 빗발 사이로 기모진은 커튼이 소만리 가까이 비치는 모습을 보았다.
그가 그녀에게 바짝 다가섰다. 경연이 고개를 숙이는 동작은 분명 그녀에게 키스하는 것이리라.
핸들을 잡은 기모진은 차창 밖의 빗방울이 모두 그의 심장을 촉촉히 적시는 눈물같이 느껴졌다.
심장이 추워서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는 계속 이렇게 지켜보고 있기도 괴로워서 그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기모진은 그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기 씨 집으로 가서 잠든 두 아이를 살그머니 살펴보는 일밖에 없었다.
침실 안.
경연은 소만리를 살며시 안은 후 품에서 그녀를 떼었다.
“당신이 아직 기모진을 완전히 내려놓지 못했다는 걸 알아요. 괜찮아요. 전 기다릴 수 있어요.”
경연의 말에 소만리는 더할 수 없는 죄책감을 느꼈다.
그녀는 이미 그의 합법적인 아내이지만 아내로서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경연은 이해심이 깊은 남자였다.
“우리 결혼이 좀 급작스러웠잖아요. 기모진을 놓지 못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죠.”
“경연, 고마워요.”
“부부지간에 미안해할 필요가 없어요.”
경연은 소만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아이들이랑 일찍 주무세요.”
그는 이 말을 하며 몸을 돌려 나가려고 했다.
“당신 거실에서 잘 거예요?”
소만리가 그의 뒷모습을 보며 물었다.
경연은 고개를 저었다.
“바쁜 일이 좀 있어서 서재로 가요.”
“그럼 일 끝나고 일찍 쉬세요.”
“그래요.”
경연은 부드럽게 웃으며 소만리에게 방문을 닫아 주었다.
그는 서재로 와서 검은 뿔테안경을 쓰고 책상 앞에 앉았다.
원래 온화하고 우아한 얼굴에 순식간에 카리스마가 넘쳤다.
그가 컴퓨터 카메라를 켜고 동영상을 연결하자 건너편에서 보고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기모진 몸속의 독소가 3기에 접어들었어요. 시간이 많지 않을 것 같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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