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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4장

기모진은 위청재에게 추궁할 기회를 주지 않고 바로 일어났다. 자고 있는 소만리를 깨울까 봐 위청재는 더 이상 기모진을 부르지 않았다. 기모진이 기란군과 기여온의 방을 들어가는 것을 본 위청재는 방해하지 않으려고 따라 들어가지 않았다. 기모진은 잠자는 두 아이를 안았다. 두 아이가 새끈새끈 잠자는 모습을 보니 그의 마음속에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는 기여온의 잠든 얼굴을 더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가슴이 아려서 뜨거운 눈물이 솟구쳤다. “여온아, 아빠는 여온이한테 평생 아빠란 소리를 들을 기회가 없었지만 아빠 마음속에는 여온이가 아빠의 유일한 공주였어.” 그는 고개를 숙여 귀여운 여온의 얼굴에 뽀뽀를 하려고 하다가 방금 자기가 피를 토한 일을 떠올렸다. 자신은 이 아이를 안아볼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기모진은 침울한 심정으로 아이들 방을 나와 소만리의 방문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가려고 일어섰다. 그가 돌아서자마자 기란군이 그의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맑고 순수한 눈동자는 기모진을 매우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아빠, 너무 오랫동안 집에 안 왔어.” 어린아이의 눈에서 약간의 실망감이 흘러나왔다. 기모진은 아이에게 다가가 쪼그리고 앉아 귀여운 머리를 쓰다듬었다. “기란군, 앞으로도 엄마 말 잘 들어야 해.” “난 항상 엄마 말 잘 들어.” “기란군은 사나이잖아. 아빠를 대신해서 엄마랑 동생 잘 돌봐줘야 해.” 기란군은 큰 눈을 깜박거렸다. “그럼 아빠는?” “아빠... 아빠는 멀리 가야 해.” 기모진은 어린아이를 가슴에 안고 말했다. “기란군, 아빠 사랑하지?” “기란군은 당연히 아빠 사랑하죠.” 기란군은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다. “기란군은 엄마도 사랑하고, 여온이도 사랑하고 아기도 사랑하고 할아버지도 사랑하고. 그리고 외할아버지 와할머니는 오랫동안 못 만났어.” 어린아이가 무심코 한 말에 기모진은 가슴이 쓰렸다. 어리고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 기란군이 사화정과 모현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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