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도윤아, 너 왜 부자인 척 하는 거니?” 수아가 경멸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나 도윤이 계산대에 블랙 골드 카드를 올려 놓자 정하는 흠칫하고 말았다.
명품샵에서 사용하는 이 유니버설 글로벌 슈프림 쇼퍼스 카드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들만 소유할수 있었다.
블랙 골드 카드의 주인이라면 정말로 돈이 많고 영향력이 있는 진정한 부자임이 틀림없다.
한편, 보라는 재빨리 카드 결제 기기를 카운터로 가져왔다.
그리고 도윤이 카드 결제 기기에 비밀번호로 본인의 생일을 입력하자 결제가 완료되었다.
결제가 완전 정상적으로 완료된 것이다!
“어머나!”
모여 있던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이 젊은 남자가 방금 5천 5백만원이나 하는 한정판 가방을 산 거 맞지? 진짜 완전 부자였어!”
“소위 말하는 소박한 재벌 2세인건가?”
모두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도윤을 쳐다 보고 있었다.
이때 상우는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도윤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 거지가 저렇게 돈이 많을 수가 있지? 쪽팔림으로 인해 그의 얼굴은 바늘에 콕콕 찔리듯 아팠다.
더구나 방금전까지만 해도 잘난척 명품에 대한 지식을 떠벌이고 그랬다.우스꽝스러운 어리광대처럼.
수아 역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너…너…이도윤, 너 그 카드 어디서 났니?”
5천 5백만원이나 하는 가방이다! 어떻게 이도윤이 사고 싶다고 해서 바로 살수 있지? 수아는 도윤이 유니버설 글로벌 슈프림 쇼퍼스 카드의 주인이라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심지어 이런 럭셔리 쇼퍼스 카드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엄청나게 비쌌다!
방금 그 가방을 도윤이 자기 돈으로 샀다고?
정말? 진짜?
도윤은 수아를 힐끗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속으론 도윤 자신도 돈이 아까워 혀를 끌끌 찼다.
'누나는 해도 너무해. 쇼핑 카드를 준답시고 하더니 어쩜 최저 소비한도가 5000만원짜리라니.'
“고객님, 제가 금방 이 가방을 포장해 드리겠습니다. 30분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 가방이 엄청난 고가품이라 포장을 완벽하게 했는지 저희가 확인을 해야만 합니다.”
도윤은 사람들의 이목이 너무 집중되어 매우 당황스러웠다.
그는 포장 서비스를 거절한 뒤 가방을 손에 들고 나갈 준비를 했다.
“잠깐! 당장 거기 서!”
상우가 불쾌한 얼굴로 도윤이 나가지 못하게 그의 앞을 막아 섰다.
“뭐야, 너?” 도윤이 싸늘하게 물었다.
상우가 콧방귀를 끼며 도윤의 손에 있는 블랙 골드 카드를 가리켰다. “너 다른 사람의 블랙 골드 카드를 몰래 훔친거 아니야? 요즘 남의 비밀번호나 암호를 알아내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
상우는 정하를 쳐다 보았다. “정하씨, 내가 충고하는데, 당장 매니저를 부르는게 나을 거야. 만에 하나 이 블랙 골드 카드가 진짜 도난 카드라면, 이 사실이 알려졌을 때 부티크 샵 평판에도 좋지 않을 거라고!”
그제야 수아도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끼어 들었다. “맞아요, 정하씨. 어떻게 저런 가난뱅이가 최고 등급의 카드를 가지고 그렇게 비싼 가방을 살 수 있겠어요?”
수아는 여전히 믿을 수가 없었다.
정하는 상우와 수아가 하는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하는 도윤을 보며 말했다. “고객님,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저희 매니저가 곧 여기로 올 거에요.”
그러자 모두가 마치 사기꾼이 도망치는 것을 막으려는 것처럼 도윤이 나가는 길을 막아 섰다.
도윤은 가방 하나 사는데 이런 문제가 생길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가고 싶다고 해서 지금 나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였다.
할수없이 도윤은 그냥 그 자리에 서서 인내심을 가지고 매니저를 기다렸다.
곧바로 아주 우아하게 차려 입은 30대 초반의 여자가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정하는 곧장 매니저에게 도윤이 남의 블랙 골드 카드를 훔친 사기꾼으로 의심된다고 보고했다.
매니저는 도윤을 빠르게 아래위로 쳐다 본 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고객님, 괜찮으시다면 제가 고객님의 블랙 골드 카드를 확인해 볼 수 있게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그녀는 샵의 매니저였기 때문에 매우 정중하고 공손 했으며 고객들을 겉모습으로만 판단하지 않았다.
도윤은 이 상황에 엄청난 무력감을 느끼며 아무 말 없이 그의 블랙 골드 카드를 매니저에게 건네줄 수 밖에 없었다.
매니저는 특수 카드 리더기를 가져 왔다.
그리고 능숙하게 카드를 기계 안으로 넣었다.
“고객님, 정확한 성함을 알려 주시겠습니까? 그리고 주민등록 번호도 필요합니다.” 여자 매니저가 정중하게 요청했다.
“내 이름은 이도윤입니다. 그리고 제 누나의 이름은 이도희구요!”
도윤은 누나가 카드 비밀번호를 그의 생일로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카드의 명의자가 자신인지 누나인지 확실히 알지 못했다. 도윤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주민등록증도 매니저에게 건넸다.
“자, 이제 뭐라고 변명하나 들어 보자고!” 상우가 비웃었다. 그리고는 도윤의 진실이 밝혀지자 마자 경찰에 신고할 수 있도록 자신의 휴대 전화를 꺼내었다.
매니저가 검사를 시작했다.
잠시 후, 도윤이 블랙 골드 카드의 정당한 소유자인 것을 확인한 매니저의 눈에 공포가 스쳤다.
글로벌 최상류층만 보유하고 있다는 카드의 소유자인 그는 대단한 집안 자제임이 틀림없었다.
매니저는 바로 식은땀을 흘렸다. 젠장! 정하 때문에 이런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고객님의 기분을 상하게 해버렸어!
매니저는 손에 카드를 쥐고 도윤에게로 걸어가 아주 정중하게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이도윤 고객님, 불쾌하게 해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고객님의 블랙 골드 카드 돌려드리겠습니다.”
“뭐라고?”
모두가 놀랐다.
정하는 도윤이 도망치지 못하게 그의 앞에 막아서 있었는데... 그녀는 이 순간 너무도 당혹스러웠다.
“매니저님…저… 저기.. 정확히 확인 하셨어요? 이 사람이 진짜 블랙 골드 카드 주인이라고요?”
매니저가 손을 들어 정하의 뺨을 때렸다. “당장 비켜!”
정하는 뺨을 부여잡고 재빨리 옆으로 비켜 섰다.
상우와 수아는 이순간 너무나도 당혹스러웠다.
매니저는 저 두 사람이 도윤을 알고 있었고 그들이 도윤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싶어서 일을 벌인 장본인들이란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니 저 둘을 지금 에르메스 샵에서 쫓아 내는 것이 도윤의 호의를 얻는 최선의 방법이라 판단했다.
매니저는 재빨리 상우와 수아에게 다가갔다. “실례지만 두 분 뭐하시려는겁니까? 왜 저희 판매원을 유도해서 가장 중요한 고객님을 모욕하게 만든거죠?”
상우는 매니저를 응시하며 말했다. “난 그저 친절한 태도로 충고만 했을 뿐이에요!”
“그 친절함 감사합니다만, 두 분 아무것도 사지 않으실거면 저희 샵에서 당장 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매니저의 말은 아주 날카롭고 냉담했다.
그녀는 둘을 가게에서 쫓아내려고 했다.
수아는 이 난처한 상황을 해결해 주길 바라며 상우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상우도 땀을 뻘뻘 흘리는 중이었다. 설령 그가 천만원짜리 가방을 산다 한들 도윤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다.
도윤은 VVVIP 고객이었으니깐!
“가자!”
상우는 화가 나서 이를 악 물고 수아를 가게 밖으로 끌고 나갔다.
이때, 정하는 도윤의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도윤 고객님!”
그녀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고 겉모습만 보고 고객들을 평가했던 것도 진심으로 후회했다.
도윤은 정하를 쳐다 보지도 않고 보라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오늘 수고해준 것 전부 고마워요. 내가 지금 바빠서 그러니 가방은 포장할 필요 없어요.”
그리고는 가방을 손에 들고 가게를 빠져 나왔다.
도윤이 돈과의 싸움에서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실 도윤은 그렇게 사치하게 소비하고 그러는 사람이 아니었다. 누나라면 모를까.
도윤은 단지 돈 걱정 없이 자신의 삶을 즐길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 되기만을 원했을 뿐이다.
가게를 나오자 도윤의 휴대폰이 또 울리기 시작했다. 나미에게서 온 전화였다.
도윤이 전화를 받자마자 전화기 너머로 나미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윤아, 다른 사람들이 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난 아무 상관 안해. 넌 내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라고! 오늘 밤 내 생일 파티에 꼭 오는 거지? 네 기숙사 친구들 벌써 여기 다 와 있어!”
도윤이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지금 바로 갈게!”
“아 맞다, 너 오늘 잘 차려 입고 와야 해! 내가 너한테 누구 소개시켜 줄거 거든!” 나미가 다시 전화기 너머로 말했다.
도윤은 어쩔수 없이 알겠다고 했다. 포장도 하지 않은 가방을 나미에게 줄 수는 없어서 근처에 있는 슈퍼마켓에 들어가 2백원짜리 봉투를 샀다. 도윤은 그 빨간 봉투 안에 에르메스 가방을 집어 넣었다.
그리고는 택시를 불러 제이드 레스토랑으로 달려갔다.
이 시간 제이드 레스토랑에서는 전화를 끊은 나미가 옆에 앉은 여신급 긴 생머리 여자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연아야, 도윤이라고 내 제일 친한 친구인데 진짜 착하고 공부만 하는 애야! 나중에 도윤이한테 너 소개해주고 싶어.”
연아는 이어폰을 꽂은 채 음악에 맞춰 다리를 흔들고 있었다.
연아는 정말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알겠어!”
김연아와 나미는 함께 자란 어린 시절 친구였다. 비록 전공은 다르지만 같은 대학교로 진학을 하였다.
오늘이 생일이라 나미가 파티를 열어 연아를 기숙사 친구들과 함께 초대했던 것이다. 소개팅 분위기로 말이다.
나미는 연아가 여신 임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때부터 쭉 싱글이었고 현재 남자친구를 찾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연아는 주스 병을 열고 우아한 자태로 주스를 마셨다.
이때, 문이 열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