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장

도윤이 실수로 빗자루로 여자의 발 위를 쓸었다. 그녀는 매우 흰 종아리에 흰색 구두를 신고 있었다. 그녀 또한 자신의 차에 대해 이야기하는 민성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있었고, 민성의 말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런데 갑자기 도윤이 더러운 빗자루로 그녀의 신발 위를 쓸었고, 그녀의 흰색 구두는 먼지로 얼룩졌다. 그녀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고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비명 소리가 예기치 않게 미연과 민성 그리고 이 시간 강당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왜 그래 미나야?” 미연이 서둘러 다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미나에게 물었다. 민성도 곧장 미나에게 달려갔다. “아니, 난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 미나는 그녀의 머리를 귀 뒤로 넘기고 물티슈를 꺼내더니 몸을 숙여 구두에 묻은 먼지를 닦아 냈다. 그러나 닦으면 닦을수록 신발은 더 더러워졌다. 미나는 결벽증이 있었다. 그런 그녀가 흰색 신발이 엉망진창인 것을 보자 얼굴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이도윤, 미나 신발 네가 그런 거야?” 미연이 도윤을 노려보며 물었다. 미연의 표정은 차갑고 공격적이었다. 게다가 민성 역시 엄청 화를 냈다. “빌어먹을 이 거지가! 너 미나 신발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 넌 절대 살 수 없는 거라고!” 그리고는 앞으로 나가 도윤의 멱살을 잡았다. “아니야, 도윤이가 그런 거 아니야!” 민성이 도윤을 막 때리려고 하는 것을 보고 미나가 빠르게 앞으로 나가 민성을 말렸다. 사실 미나는 오랫동안 도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미나는 도윤이 다른 사람들과는 매우 다른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도윤이 부유한 집안 출신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그것이 민성과 다른 남자들이 항상 도윤을 괴롭히는 이유였을 것이다. 그러나 항상 괴롭힘과 모욕을 당하면서도, 미나는 도윤의 눈에서 열등감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도윤은 전혀 무관심했고 그가 가난하다는 사실이 조금도 그를 괴롭히지 않는 것 같았다. 도윤은 언제나 겸손하고 성실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미나는 너무 화를 내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미나는 민성이 도윤을 때리려고 하는 것을 봤을 때 도윤을 재빠르게 옹호했던 것이다. “걱정 마 미나야! 우리가 적어도 이 거지가 네 신발 값은 물러 내도록 해줄게!” 민성이 악랄하게 대답했다. 미나는 언어학과가 아니라 방송미디어학과 학생이었다. 그러나 미나는 미연과 어릴 때부터 친구였고 오늘 강당에 온 이유는 같이 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민성은 미연을 좋아했지만, 미연의 베스트 프렌드인 미나에게 훨씬 더 관심이 있었다. “아, 아니야! 도윤이가 신발 값을 갚을 필요는 없어. 그냥 기숙사로 돌아가서 다른 신발로 갈아 신을게!” 미나가 서둘러 말했다. 미나가 도윤에게도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운이 좋구나, 꼬마야!” 민성이 도윤을 노려보며 말했다. 사실, 민성은 오늘 아름다운 두 여자 앞에서 영웅 역할을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민성은 미나가 나가려고 하는 것을 보고 재빨리 미나에게 다가갔다. “그럼, 미나야, 너 새 신발로 갈아 신고 나서 같이 밥 먹으러 갈래? 오늘 리허설 때문에 다들 피곤할 거야. 내가 모두에게 오차드 가든에서 쏠게!” “와! 오차드 가든? 거기 과일 샐러드랑 스테이크가 진짜 맛있다고 들었는데, 거기에서 밥 먹는 것도 엄청나게 비싸!” “민성 오빠, 저도 가고 싶어요!” 모든 여자들이 민성이 미나에게 오차드 가든에서 밥을 사겠다는 말을 듣자마자 흥분했다. “물론이지!” 민성이 두 손을 꼭 잡으며 대답했다. 이때, 미연이 미나의 손을 잡고 미소를 지었다. “미나야, 우리가 네 기숙사 밑에서 기다릴게!” 사실, 도윤은 미나가 전혀 가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미나는 모두가 거기에 가는 것 때문에 매우 흥분했고 민성이 그녀 때문에 도윤과 충돌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미나는 민성의 초대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 미나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난 차로 갈게. 거기서 보자 얘들아!” 민성은 미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려던 그의 전력이 성공한 것 같아서 매우 흥분했다. 그리고 도윤을 노려본 뒤 강당을 나갔다. 미연이 돌아서 도윤을 보았다. “뭘 보고 있는 거야, 이도윤? 너도 식사 자리에 우리와 함께 초대 받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내가 말하는데, 네 보조금은 아직 확정된 게 아니야! 넌 남아서 이 강당 청소나 제대로 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돌아와서 본 때를 보여 줄 거야!” 민성과 미연이 계속 비웃는 동안 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도윤은 이때 매우 화가 났다. 그러나 도윤은 그가 화를 내봤자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고 민성에게 자신을 때릴 기회만 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매를 버는 것은 정말 현명하지 못 한 일이었다. 그래서 도윤은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가자, 미나야! 나중에 민성의 새 아우디 A6 타고 놀자!” 미연은 경멸하는 표정으로 도윤을 째려보고 나서 미나를 강당 밖으로 밀고 나갔다. 다른 사람들도 차례로 강당을 나갔다. 그들은 분명 한 차로 거기에 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도윤은 그들이 어떻게 거기에 갈 지 궁금했다. 도윤은 그들이 어질러 놓은 것을 치우면서 혼자 생각했다. 나도 차를 사야하나? 도윤은 혼자 계속 생각했다. 도윤이 강당 청소를 끝내자 거의 정오가 다 되었다. 이때, 도윤은 갑자기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태경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도윤아, 강당 청소 다 했어?” 도윤이 끄덕였다. “네.” “미연이 미친 거 아니니? 우리끼리 이미 이 문제를 논의했고 만약 미연이 감히 네 보조금 신청을 거절하면, 우리가 이 문제를 총장님에게 알리기로 했어!” 도윤은 가슴이 따뜻해졌다. “제 생각 해줘서 고마워요!” “도윤아, 시간 되면 와서 같이 점심 먹자!” 태경이 도윤에게 점심을 같이 먹자고 했지만 도윤은 태경의 목소리가 갑자기 변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태경이 좀 당황한 것처럼 들렸다. 도윤은 태경과 아주 가까운 사이였고 당연히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남자는 평소에 아주 남자답게 굴었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당황하고 수줍어하는 것처럼 들리지?” “오늘 우리 말고 다른 사람도 있어요?” 도윤이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물었다. “빙고! 도윤아 어젯밤 나미 생일 파티에서 연아 옆에 있던 혜미라는 여자 기억나?” 연아의 기숙사에 있는 모든 여자들이 지난 밤 나미의 생일 파티에 참석했었다. 도윤은 혜미에 대한 인상이 애매했다. 혜미는 작고 아주 귀엽게 생겼다. 그러나 그녀의 캐릭터와 성격은 연아와 비슷했다. 지난 밤 혜미는 말은 전혀 하지 않았지만 도윤을 향해 계속 눈을 희번덕거렸다. “네, 누군지 알죠. 왜요? 같이 가기로 했어요?” 도윤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오늘 수업 끝나고 기숙사로 가던 길에 우연히 만났어. 혜미가 매점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려서 내가 찾는 걸 도와줬어. 내가 매점에 일하는 애들이랑 꽤 친하거든. CCTV를 확인하고 매점 주변을 둘러보다가 휴대폰을 찾았어!” “난 그게 운명이라 느꼈어. 왜냐하면 어제 혜미를 만났을 때 실은 내가 진짜 관심이 있었거든. 그래서 나와 친구들이랑 오늘 점심 먹으러 같이 가자고 용기를 내서 물어봤더니 바로 오케이 하더라고!” 태경은 전화기 너머에서 완전 흥분 상태였다. 솔직히 도윤은 태경의 말을 들었을 때 태경을 위해서는 매우 기뻤다. 그러나 연아와 그녀의 친구들과 데이트하고 싶지 않았다. 도윤은 여자들이 눈을 희번덕거리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잘됐네요, 형! 진짜 잘되길 바랄게요! 방해하고 싶지 않으니까 점심은 건너 뛰어야 할 것 같아요!” 도윤이 웃으며 대답했다. “젠장! 너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우리 친구들은 벌써 다 나랑 가기로 했다고. 거기다 나미도 오늘 올 거란 말이야! 나미가 오늘 너한테 아주 중요한 사람을 소개해 줄 것 같던데. 이번 기회를 잡아서 최대한 활용하면, 너도 순식간에 인생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태경이 도윤을 매우 걱정했다. “아주 중요한 사람이요?” 도윤은 혼자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연아도 오늘 온다는 말은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