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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1화

도범은 서쪽 편전에 머물렀다. 이곳은 예전에 잡동사니를 보관하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모두 청소되어 매우 깔끔하고 정돈된 상태였다. 서무 제자가 떠난 후, 도범은 직접 조백천과 공양에게 직접 차를 따라주었다. 그리고는 그들과 함께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잠시 후, 공양과 조백천은 이내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났고, 도범 혼자만 서쪽 편전에 남게 되었다. 도범은 홀로 넓은 편전에 서서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이곳에 도착한 후, 장손 장로가 자신을 불러줄 줄 알았지만, 예상과 달리 도범은 여전히 이곳에 방치되어 있었다. 한 시간가량 편전에 앉아 있던 도범은 지루함을 느끼며 일어나 편전의 문을 밀고 나왔다. 도범이가 방금 밟은 청석길을 따라 걷다가 중앙에 있는 정자를 발견했다. 정자에는 내문 장로의 긴 로브를 입은 남자가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 남자의 뒷모습에 도범은 긴장이 풀어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윽고 도범은 단단한 걸음으로 중앙의 정자를 향해 걸어갔다. 주변의 풍성한 꽃과 나무들이 시야를 가렸지만, 도범은 앞을 가로막는 나뭇잎을 밀어내며 정자 안으로 들어갔다. 도범이가 정자에 들어가자마자 장손 장로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도범을 바라보았다. 도범의 얼굴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비록 도범이가 장손 장로의 유일한 관문 제자가 되었지만, 도범은 썩 내키지 않았다. 도범은 무심코 장손 장로의 마주 보는 자리에 앉아 탁자 위에 놓인 따뜻한 찻잔을 집어 들어 자신에게 차를 따랐다. 이윽고 향긋한 차 냄새가 코를 감돌았다. 도범은 이제까지 이런 차를 마셔본 적은 없었지만, 향기만 맡아도 이 차가 마음을 진정시키고 정신력 향상에 도움되는 영각차임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장손 장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아끼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묻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냥 물어봐. 알고 있는 건 다 말해줄 테니까.” 그러자 도범은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도범은 장손 장로를 존경해왔지만, 이전에 장손 장로가 한 일들을 생각하면 더 이상 존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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