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86화
그러나 도범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그래서 성훈 씨는 얼마나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면 손실이 전혀 없을 것 같습니까?”
이 말을 할 때, 도범의 감정에는 조금의 변화도 없었지만,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도범의 말 속에 담긴 분노를 알아챌 수 있었다.
주성훈은 상황에 따라 입장이 바뀌는 사람이었다. 상황이 좋을 때는 마음껏 칭찬을 하지만,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입에 담을 수 없는 소리가 입 밖으로 나왔다.
주성훈은 고개를 들어 도범을 볼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눈을 내리 깔고, 불만을 담아 말했다.
“그런 말은 아니었어요, 그저 우리가 너무 급하게 나온 것 같아서요. 안에서 며칠 더 있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예요.”
도범은 그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정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왜 미리 말하지 않았어요? 이전에는 한마디도 없다가 문제가 생기니까 왜 이리 시끄럽게 구는 거죠?”
도범은 원래 말이 많지 않은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이 자신에게 무례를 범하는 것을 그냥 두지는 않았다. 이 말을 들은 주성훈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오지천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렸다.
“이제 그만해, 이럴 때 이런 소리를 해서 뭐해?”
주성훈은 너무 화가 나서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는 오지천을 노려보았다. 주성훈의 눈은 마치 왜 오지천이 남의 편을 드는지를 호소하는 듯했다.
그러나 오지천은 주성훈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이 이제 마주해야 할 상황은 아마도 일생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일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굳이 목소리를 낮추어 다투지 않았기 때문에, 조민군은 모든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이러한 다툼을 들은 조민군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조민군은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이내 눈살을 찌푸리고 도범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갑자기 말했다.
“하, 그쪽은 전혀 걱정이 없는 것 같네요. 우리가 당신들을 산산조각 내버리는 게 두렵지 않아요? 아, 우리 만시종이 어떤 종문인지 모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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