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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1화 약혼

전화를 받자마자 한유라의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바로 울려 퍼졌다. “은정아, 너 도준호 대표랑 친하지? 나 좀 도와줘.” 도준호 대표? 뭔가 여론을 움직여야 할 일이 있는 건가? 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 “도준호 대표는 왜?” 한유라는 참았던 말을 따발총처럼 뱉어냈다. “하, 민하준 그 자식이 SNS에 이혼 인증 사진을 올렸잖아. 하, 아주 이혼했다고 온 세상 사람들한테 다 떠벌릴 생각인가 보던데? 게다가 더 화나는 게 뭔지 알아? 별 친하지도 않은 애들이 DM 와서는 나더러 다시 한번 고민해 보라잖아. 고민? 웃기고 있네. 단 한순간이었지만 그 자식을 잘생겼다고 생각한 내 눈알을 파내고 싶은 기분이야. 그런데 무슨 고민을 해.” “그런데 도준호 대표는 왜?” 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 “나 심강열이랑 약혼해. 도준호 대표한테 부탁해서 약혼 기사 전부 뿌려버릴래. 그럼 민하준 그 자식도 포기하겠지.” 이를 꽉 깨문채 화를 내는 한유라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약혼? 갑자기? 야, 너 그런 거 충동적으로 결정하고 그러는 거 아니야.” 소은정이 진심으로 충고했다. 괜히 오기로 약혼 기사를 뿌렸다간 후회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잠깐 침묵하던 한유라가 대답했다. “어쨌든 심강열이랑 약혼하는 건 이미 정해진 일이야. 이걸 빌미로 민하준 그 자식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나쁘지 않잖아?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엄마 말이 맞아. 노는 거 말고 내가 할 줄 아는 게 뭐 있어? 내가 지금 회사를 물려받으면 5년안에 회사 다 말아먹을 거야. 능력이 없으니 나 대신 회사를 관리해 줄 남자랑 결혼하는 게 현명한 선택일지도 몰라.” 한유라의 진지한 목소리에 소은정이 흠칫했다. “유라야, 너 혹시 무슨 일 있어?” 유라가 이렇게 엄마 말에 네 하고 순종할 스타일이 아닌데... 한유라가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실 회사에서 엄마가 일하는 거 지켜봤는데 정말 많이 늙으셨더라. 엄마 자리를 노리는 이사들도 많고... 게다가 나까지 챙겨야 하니까 얼마나 힘드시겠어. 그리고 사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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