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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6화 엉망진창이야

고개를 끄덕인 소은호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푹 쉬어. 그 남자에 관한 건... 도움 필요한 거 있으면 은정이한테 말하고.” 입술을 꼭 깨문 채 고개를 숙이고 있던 한유라가 번쩍 머리를 들었다. “오빠, 도와줘서 고마워요.” “아니야. 넌 은정이 친구기도 하고. 집안끼리 비즈니스적으로 엮인 것도 많고 도와주는 게 당연한 거지.” 순간, 한유라의 눈동자에 담겼던 마지막 빛까지 사라지고 말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 보이려 했지만 아무리를 애를 써도 미소를 지을 수 없어 결국 어색하게 고개를 돌려버렸다. 날 구하러 와준 수많은 이유 중에... 나라서... 내가 걱정돼서 같은 건 없는 거네. 하긴... 내가 무슨 자격으로 오빠한테 그런 걸 바라겠어. “오빠, 시연 언니. 얼른 가서 볼일 봐. 난 유라 집으로 데려다주려고.” 어차피 별로 오래 머물 생각이 없었던 소은호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한시연의 손을 잡은 채 병실을 나섰다. 병실 문을 나서는 순간, 한시연이 고개를 돌려 한유라를 힐끗 바라보았다. 다행히 별 생각없이 싱긋 미소를 짓는 그녀의 모습에 소은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이 병실을 떠나고 한유라는 참고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어깨가 파르르 떨렸지만 울음소리는 내지 않았다. 한유라의 길고 긴 짝사랑이 완벽한 끝나는 순간이었다. “그냥 소리내서 울어. 다 울고 나면 집으로 가는 거야.” 고개를 든 한유라의 얼굴은 이미 눈물로 물들어있었다. “나... 너무 엉망인 사람인가봐. 그래서 오빠가... 날 봐주지 않은 거겠지? 눈길 조차 제대로 주지 않은 거겠지?” “그럴 리가...” 한유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제대로 말도 못 붙이면서 아무 감정도 없는 남자들이랑 놀아나는 게 나잖아. 내가 생각해도 난 엉망이야... 그래, 내 착각이었어. 이 세상에서 은호 오빠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시연 선배뿐이야. 이제 정말... 마음을 접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내가 졌어... 오빠가 어제 나한테 와준 건 내가 은정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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