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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5화 마지막 협박

순간 공기의 흐름이 멎는 듯했다. 남자친구라는 네 글자가 비수가 되어 박수혁의 가슴에 꽂혔다. 소은정의 인정에 자신감을 되찾은 전동하가 한 발 앞으로 다가갔다. “네. 영광스럽게도 제가 은정 씨 남자친구가 됐네요. 그러니까 앞으로 선 좀 지켜주실래요?” 소은정의 남자친구로서 박수혁에게 경고를 날리다니. 짜릿한 기분에 전동하는 미소를 지었지만 박수혁은 피가 거꾸로 솓는 기분이었다. 심장이 피투성이가 되는 기분이 들고 눈이 새빨개질 정도로 화가 치밀었지만 박수혁은 주먹을 꽉 쥔 채 화를 참고 또 참았다. 모두의 앞에서 소은정이 난처해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고 정말 그가 화내는 모습을 봤을 때 겁 먹고 도망칠까 봐 걱정돼서였다. 깊은 한숨을 내쉰 박수혁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나 사고 치는 거 보고 싶지 않으면 따라나오는 게 좋을 거야.” 말을 마친 박수혁은 바로 돌아서서 파티장 뒤편의 작은 정원으로 향했다. 그늘 아래에 숨은 박수혁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가늠도 가지 않았다. 하, 골치 아프게 생겼네. 여기서 더 고집을 부렸다간 이 파티장을 뒤집어 엎을지도 몰라... 저 성질머리에... 충분히 가능하지. 박수혁은 자신의 행동에 따르는 대가 따위 생각지 않는 사람이니까. 박수혁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지만 그 “대가”에 자신과 전동하까지 휘말리게 될까 봐 골치가 아팠다. “제가 갈게요. 제가 박수혁 대표한테 확실하게 말하고 올게요.” 전동하의 말에 소은정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제가 직접 갈게요. 안 그럼 계속 귀찮게 굴 거예요.” 왠지 오래 걸릴 것만 같은 느낌에 소은정은 야무지게 코트까지 챙겨입고 밖으로 나갔다. 시끌벅적한 파티장과 달리 조용한 정원은 마치 다른 세상의 공간처럼 느껴졌다. “이런 협박이 통하는 것도 마지막이야. 사고? 그래. 나도 내가 어떻게 사고를 치는지 보여줄게.” 내가 당신한테 타협하는 건 무서워서가 아니라 귀찮아서야. 박수혁, 네 주제를 알아. 소은정의 말에 움찔하던 박수혁이 돌아서더니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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