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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3화 네가 한 거였어?

누군가 흰 가운 뒤편에 프린팅된 “A시 정신병원”이라는 글자를 확인하고 소리쳤다. 술렁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묘한 미소를 짓던 소은정은 덤덤한 표정으로 잔에 든 와인을 전부 마셔버렸다. 그 동안 묵혀뒀던 체증이 쑥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윤시라, 내가 정말 그렇게 착한 사람인 줄 알았어? 날 공격하는 사람에게 구급차까지 불러줄만큼? 너에게 가장 어울리는 병원이니까 잘 지내. 그리고 앞뒤 가리지 않고 윤시라를 때린 신지연이 부럽기도 했고 대단하게도 느껴졌다. 똑똑하고... 바로 손부터 댈만큼 결단력도 있는 게... 마음에 든단 말이야. 그녀의 옆에 서 있던 전동하가 주위의 눈치를 살피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은정 씨가 한 거예요?” “아니요. 내가 때렸다면 안 보이는 곳으로 상처도 안 남게 때렸을 거예요.” 소은정의 해명에 전동하가 흠칫하더니 곧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워낙 매를 부르는 스타일이잖아요. 아마 벼르고 있는 사람이 많았겠죠. 은정 씨 대신 복수해준 거네요?” 전동하의 말에 소은정이 눈을 흘겼다. “나 그렇게 쪼잔한 사람 아니거든요? 윤시라한테 당한 거 마음에 담아두지도 않았다고요.” “그래요. 내가 쪼잔했네요.” 한편, 파티장의 다른 한 구석, 한 남자가 잔뜩 굳은 표정으로 티격태격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을 노려보고 있었다. “저 두 사람 같이 온 겁니까?” 레이저라도 쏠 듯한 박수혁의 눈빛에 침을 꿀꺽 삼킨 신한그룹 회장은 솔직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요. 소은정 대표가 먼저 도착했고 전동하 대표는 한참 뒤에 도착했습니다. 아마 우연히 마주친 것 같은데요.” 그제야 부시혁의 표정이 살짝 풀렸지만 기분은 여전히 우울했다. 이한석의 정보가 틀린 적은 한번도 없었으니까. 두 사람이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인지 일거수 일투족이 그를 향한 도발로 보일 정도였다. 가슴이 답답해진 박수혁이 한숨을 내쉬고 옆에 서 있던 강서진이 미소를 지었다. “오고 가며 만나는 사람들이야 뭐 거기서 거기지 뭐. 우연히 만날 수도 있는 거잖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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