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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1화 저급한 수작

전동하가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의 잔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었다. “은정 씨만 좋다면 난 뭐든 다 좋아요.” 전동하의 말에 소은정의 얼굴이 화끈해졌다. 사람들 다 보는데 부끄럽게... 하지만 괜한 자존심에 전동하에게 쑥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사람을 죽여도요?” 소은정의 질문에 전동하가 피식 웃었다. “그럼요. 은정 씨가 살인을 할 정도라면... 기꺼이 공범이 될게요!” 은정 씨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거예요. 그게 감옥이라고 해도. 소은정이 전동하를 향해 눈을 흘겼지만 마음속 깊숙히 자리잡고 있던 우울함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소은정이 와인잔을 내려놓았다. “같이 가줄까요?” 전동하의 질문에 소은정이 어이없다는 듯 눈을 흘겼다. “내가 뭐 세살배기 애인 줄 알아요?” “그럼... 내가 세살짜리 애라고 치죠 뭐.” 단 한시도 은정 씨 옆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다고요. 전동하의 말에 소은정은 왠지 난처해졌다. 평소에 가깝게 지내서 망정이지 파티내내 꼭 붙어있는 두 사람을 보면 분명 누군가 의심할 게 분명했다. 아직은 공개할 때가 아니야. 소은정은 따라오지 말라고 전동하에게 단단히 경고한 뒤에야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로 들어가기 위해 코너를 돌던 그때 소은정은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와 부딪히고 만다. 고개를 드니 연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10대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치맛자락을 정리하던 여자가 욕설을 내뱉고 소은정이 먼저 다가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괜찮아요?” 상대가 갑자기 나타난 상황이라 굳이 사과할 필요는 없었지만 이럴 때는 먼저 사과하는 게 상책이니까. 소은정의 목소리에 고개를 든 여자는 그녀가 입은 드레스를 보고 얼굴을 찡그렸다. 아마 같은 톤의 드레스를 입었기 때문인거같다. 게다가 여자의 드레스는 귀여운 공주풍에 타이트한 스타일이라 몸매의 단점을 제대로 부각시키는 반면 소은정의 롱드레스는 주인과 한몸처럼 어우러지고 있었다. 소은정의 늘씬한 몸매를 훑어보던 여자가 소은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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