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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5화 안 하겠다면?

이한석은 침착한 목소리로 설명을 마쳤다. 몇 초 동안 침묵하던 박대한이 이한석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만약 내가 사인을 안 한다면 어떻게 되겠어?” 박 회장의 질문에 이한석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증거는 바로 검찰로 넘어가게 될 테고 회장님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박씨 가문과 태한그룹의 기둥이 흔들리게 되겠죠.” 최후통첩과도 같은 박수혁의 결정에 한참을 고개를 숙이고 있던 박대한은 결국 천천히 펜을 들었다. 이 사퇴서에 사인을 하지 않아 정말 검찰 조사로 이어진다면 그를 지지했던 주주들의 호의는 화가 되어 다시 그에게 돌아올 것이다. 박수혁, 정말 호랑이가 되었구나... ... 대표 사무실, 박수혁이 굳은 표정으로 창밖을 보고 있다. 아침내내 하늘을 어둡게 만들던 먹구름이 걷히고 찬란한 햇살이 그의 차가운 얼굴을 비추었다. 잠시 후, 이한석이 노크와 함께 회의실로 들어오더니 사인을 마친 사퇴서를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대표님, 사인 마치셨습니다. 그런데 조건이 있으시다더군요. 주주들에 관한 증거들 원본 파일로 넘겨달라십니다.” “그래. 전부 드려. 내가 지시한 일은? 끝냈어?” 예상했다는 듯 박수혁의 표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대로 파일을 넘긴다면 증거가 파괴될 게 분명했지만 박수혁은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그의 목적은 다른 곳에 있었으니까. “네,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제야 박수혁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래.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않도록 조심해서 움직여.” “아, 그리고... 사모님과 아가씨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대표님을 만나고 싶으시다는데...” “아니. 안 만날 거니까 그렇게 전해.” 이한석의 말을 끊은 박수혁이 미간을 찌푸린 채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회의실에서 있었던 일을 다시 떠올린 박수혁은 다시 마음이 착잡해졌다. 평범한 가족과 같은 화목함은 바라지도 않았지만 그나마 남아있던 정마저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아들을 끌어내기 위해 거짓말까지 불사하지 않는 어머니라니... 이런 가족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의 곁을 지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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