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화 자선
박예리가 수치심에 붉어진 얼굴로 자리를 뜨자 한유라가 바로 그녀의 카드를 빼앗더니 물었다.
“네가 어떻게 이 카드를 가지고 있어?”
“18살 생일에 은해 오빠가 준 거야. 항상 가지고 다니라고 말하더니.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네.”
“왜 나한테는 그런 오빠가 없는 걸까?”
한유라가 짐짓 소은정을 흘겨보며 말했다.
“마음에 들어? 그럼 네가 쓸래?”
싱긋 웃던 소은정이 카드를 건넸다.
“에이, 이렇게 귀한 걸 어떻게 받아. 갖고 있어. 사고 싶은 물건 있으면 너한테 따로 부탁할게.”
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카드를 다시 집어넣었다. 원하는 대로 목걸이를 구매하고 다시 기분이 좋아진 한유라는 소은정을 끌고 이리저리 쇼핑몰을 누볐다. 기분 전환을 마친 소은정은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프로젝트 팀에 선발되지 않은 뒤로 몰래 뭔가를 꾸미는 것 같았지만 확실한 증거를 잡기 전까지 가만히 내버려 두기로 한 소은정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어차피 소은호가 모든 걸 컨트롤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상희가 함부로 움직여 봤자 자멸을 일으킬 뿐이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퇴근시간, 퇴근 준비를 하던 소은정의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자마자 김하늘의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은정아, 나 좀 도와줘. 오늘 밤 자선 파티가 있을 예정인데 우리 회사 소속 연예인 윤지섭와 함께 파티에 참석할 파트너가 필요해. 난 지금 해외라 안 되고 네가 대신 가주면 안 될까?”
시계를 쳐다보던 소은정이 대답했다.
“그래, 뭐 특별한 약속도 없고. 그러지 뭐.”
“친구야, 네가 나 살렸다. 내가 크게 한턱 쏠게. 드레스는 윤지섭 매니저가 준비할 거야.”
전화를 끊은 소은정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뭐야? 거절하면 어쩌려고 미리 드레스까지 준비해 뒀대?
우연준에게 자신의 일정을 알린 뒤 그녀는 바로 1층 로비로 내려갔다. 윤지섭은 신인이지만 나름 인지도를 쌓고 있는 연예인이라 괜히 회사 입구에 사람들이 모이면 곤란해질 것을 염려해서였다.
지금 상황에서 또 연예인인 윤지섭과 엮인다면 또 괜한 풍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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