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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일이나 할 거야

”이제 집에 가자. 어서 준비해.” 병실문을 벌컥 연 소은정의 모습에 잠깐 멍하니 서 있던 데이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기사님은 밖에서 대기하고 계시니까 일단 차에서 기다리세요.” 박수혁도 병실 의자에서 일어섰다. “몸은 좀 어때?” “괜찮아.” 방금 전보다 한껏 수그러든 소은정의 목소리에 박수혁은 그제야 안도한 듯 소은정의 눈을 마주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소은정과의 사이가 틀어지는 건 두렵지 않았다. 어차피 두 사람의 사이는 더 나빠질 게 없을 정도로 최악이었으니까. 하지만 수영장 사건에 이어 또다시 소은정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준다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다행스러운 건 소은정은 웬만한 나쁜 기억쯤은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사람이었다. 그에게 화를 내든 욕을 하든 상관없었다. 그렇게 해서 소은정의 마음이 편해진다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욕은 먹을 수 있었다. 소은정을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말하려던 그때, 이한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급박한 이한석의 목소리에 상황의 심각성을 눈치 챈 박수혁은 결국 소은정에게 인사를 한 뒤 병원을 나섰다. 하루종일 자서일까? 가는 내내 소은정은 말똥말똥한 정신으로 그녀에게 괜찮냐고 묻는 수백통의 문자에 일일이 답장을 해 주었다. 그중 박우혁이 보낸 문자는 무려 99통! 소은정은 고개를 젓더니 확인도 하지 않고 대화창 전체를 지워버렸다. 몸이 아파서일까, 감수성이 폭발하며 평소와 똑같은 야경도 더 아름답게 보였다. 소은정은 대충 찍은 야경 사진 한장을 SNS에 업로드했다. 초점도 제대로 맞추지 않았지만 흐릿하게 찍힌 사진이 오히려 사진의 신비감을 더해주었다. “유난히 아름다운 밤,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사진이 업로드되자마자 아래로 무섭게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박우혁: 내 문자에 답장은 안 하고 SNS나 한다 이거지? 원한빈: 누나, 사진 진짜 못 찍으시네요... 유준열: 은정 대표님, 얼른 건강한 모습으로 봬요! 성강희: 너 어디야? 내가 데리러 갈게. ...... 눈에 잡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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