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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넌 됐어

박대한의 호통에 이민혜는 흠칫 놀라더니 바로 고개를 숙였다. 저번 담뱃대 사건 이후로 눈에 띄게 차가워진 시아버지의 눈빛에 때아닌 시집살이가 시작된 것도 억울하고 소은정 그 계집애 때문에 금지옥엽 키운 딸이 집안에서 쫓겨난 것도 원통스러웠다. 그런데 저 속없는 아들은 그 여우 같은 계집애한테 홀려서 엄마는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이니... 소은정에 대한 이민혜의 증오는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어색해진 분위기에 박수혁이 이한석을 불러들였다. “사모님은 저택으로 모셔. 오늘 저녁 약속에 어머니는 참석하지 않으실 거니까.” 이민혜는 고개를 번쩍 들더니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아니, 쟤가 정말 여자에 미쳐도 유분수지. 난 없는 사람 취급하겠다는 거야, 뭐야! 게다가 박대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게 좋겠다. 소씨 일가와 화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야. 네가 쓸데없는 소리라도 했다간 다시 돌이킬 수 없을 거다.” 자신의 말은 씨알도 안 먹힌다는 걸 알아차린 이민혜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그날 저녁, 교외의 별장. 소찬식은 소은호, 소은정과 함께 박대한은 박수혁과 함께 저녁식사 자리에 참석했다.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지라 블루톤 원피스를 입어 평소보다 더 발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소찬식과 박대한은 형식적인 인사와 사업에 관한 이야기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화기애애한 듯한 식사자리였지만 왠지 모를 긴장감이 감돌았다. 특히 소은정은 시시때때로 느끼하게 그녀를 쳐다보는 박수혁 때문에 짜증이 치밀었다. 또다시 시선이 느껴지자 소은정은 더 이상 그 눈빛을 피하지 않고 매섭게 눈을 부라렸지만 박수혁은 흠칫 놀라는 것도 잠시 곧 그녀를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 뭐야? 어른들 앞이라도 내숭이라도 떠는 거야? 웃기지도 않아서. 사실 소은정은 이딴 식사 자리에 참석하고 싶지 않다면 길길이 날뛰었지만 박수혁이 목숨 걸고 해적 소굴에서 소은정을 구한 일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는 자리라는 말에 어쩔 수 없이 참석한 것이었다. 사업 이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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