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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궁지에 내몰렸을 때

소은정은 그를 의식하자마자 왜 인지 안도의 한숨이 푸욱 나왔다. 큰 비가 밤하늘을 쓸어내려 어두침침한 바다는 차갑기까지 했다. 오들오들 떨 수밖에 없었다. 뼛속까지 시려웠다. 뜀박질을 멈추고 숨을 좀 돌리려나 싶었는데, 뒤에서 수많은 발자국 소리가 쫓아왔다. 새카만 어둠 속 선명한 소리에 소은정과 가짜 야인이 번뜩 눈을 마주하였다. 이내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또 다시 내달리기 시작했다. 차가운 비 바람이 얼굴에 몰아치니 칼날처럼 너무나 따가웠다. 이 환경에서 뛰고 구르고 기어 다니고 있다니…. 야인들은 끝까지 그들을 쫓으며 누군가는 소은정에게 나뭇가지 등을 던지기도 하였다. 이미 여러 번 맞은 소은정은 이를 악 물고 달리기를 멈출 수 없었다. 나뭇가지과 가시덤불에 손이 몇 번이고 긁혔으나 무감각해진 듯 아픈 줄도 몰랐다. 제 옆의 가짜 야인은 동작이 매우 재빠르고 민첩했다. 그런 그를 필사적으로 따라붙으며 달렸다. 야인 무리의 소리는 점점 가까워져 왔다. 잡히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뛰었다. 그 때, 주변을 살필 수 없던 소은정이 굵고 튼튼한 나무 줄기에 걸려 크게 넘어지고 말았다. 땅바닥에 온몸으로 넘어진 그녀가 참지 못하고 얕은 비명을 질렀다. “괜찮……!” 사는 게 우선이었으니, 다시 도망치기 위해 몸을 일으켜 한걸음 내딛는 순간이었다. 몸이 순식간에 쑥 하고 땅 아래로 빨려 들어갔다. 함정이었다. 떨어지는 순간에도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꽉 잡았고, 튼튼한 나무 줄기를 잡은 덕에 함정에 완전히 빠져 들어가지는 않았다. 날카로운 나무 껍질이 그녀의 손을 마구잡이로 찔러왔다. 나무 줄기 덕에 즉사는 면했으나, 발소리들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가짜 야인은 그녀의 팔을 잡아당겨 구덩이 속에서 끌어 올렸다. 쉴 새 없이 도망가야 했으나 이 둘은 함정을 안 돌아볼 수가 없었다. 완전히 빠졌다면 어떻게 됐을지…. 소름이 돋았다. 빳빳이 굳어 있던 그들의 침묵은 가짜 야인의 한 마디로 깨져 버렸다. “어서 달려…….” 소은정은 비인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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