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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넌 이해하지 못해

박수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소은해는 아랑곳 않고 보드카를 두어 모금 더 들이켠 뒤 입을 열었다. “은정이가 유럽으로 유학 갔을 때, 큰 형은 한 달에 서른 번을 찾아가고 싶어 했어. 둘째 형은 연구 장려금을 전부 줬었지. 나도 그 시간 동안은 유럽 촬영만 하겠다고 억지 부려가며 일 했었어…. 그게 우리랑 가장 멀리 떨어진 것이라 생각했는데, 너랑 결혼하고서 3년을 우리랑 연락을 단절했어. 우리보다도 널 중요하게 여긴 거라고. 근데 이런 결과라니,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소은해는 흐르는 눈물을 걷잡을 수가 없었다. 남은 술을 모조리 들이켜는 그였다. 고요한 공기는 오히려 이들의 숨을 옥죄여왔다. 박수혁은 누군가 자신의 심장을 갈기갈기 찢는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이미 찢겨 나가 떨어진 것처럼, 텅 빈 공허감이 느껴졌다. 그 독한 술을 전부 들이켜고서야 소은해는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도 이 일이 전부 박수혁의 탓이 아님을 알고 있다. 그 비행기를 박수혁이 사주했다는 것이 아님은 여실히 알고 있었지만, 그가 아니었다면 소은정이 그 비행기를 타지 않았을 것은 명확했다. 비행기를 타지 않았더라면, 제 여동생은 마음껏 돈을 쓰고, 여행을 다니며, 저택도 사고, 섬도 사고…. 살아있을 수 있었을 텐데. 벌떡 몸을 일으킨 소은해의 옷자락이 찬 바닷바람에 휘날렸다. 그의 손에서 던져진 빈 보드카 병이 바다로 빠져 저 깊이 사라졌다. “박수혁, 그만 가. 용서고 뭐고 다 늦었어. 네 일상으로 돌아가.” “못 가. 만약이라도 살아있으면…….” 처참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박수혁에 소은해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박수혁 넌, 은정이를 전혀 몰라…. 은정이는 수영할 줄 모른다고…….” 만약이란 건, 기대할 수도 없었다. 끝없이 깊은 바다는 진작 그녀를 집어 삼켰을 것이다. 소은해의 말에 박수혁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왔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바다에 빠졌다. 끝이 어떨지는 모두의 예상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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