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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7화 고질병이 도지다

잠시 공기가 얼어붙은 것만 같았다. 살을 에이는 것처럼 차가웠다. 구경하려고 했던 두 사람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전동하마저 거북할 정도였다. 갑자기 박수혁한테 동정심이 느껴졌다. 박수혁의 얼굴빛이 어두워서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의 온몸에 짙은 한기가 감도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뿐. 그 음침한 모습이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남유주 또한 자신이 말실수를 한 것을 느끼고, 어깨를 으쓱거리며 원만하게 수습하려고 애썼다. 그런데 박수혁이 침울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 번 쏘아보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 순간, 남유주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혹시 잘못 본 것이 아닐까. 남자의 눈시울이 빨개져 있었다. 운 것 같았다....... 순간 그가 너무 가엽게 느껴졌다. 그녀는 입구에서 사라진 그를 보다가 소은정과 전동하를 쳐다보았다. 갑자기 마음이 불편해졌다. “미안해요 은정 씨, 은정 씨와 전 대표님을 말하려던 게 아닌데.” 전동하가 손사래를 치며 조금도 개의치 않음을 표시했다. 그래도 그 정도의 매너는 있었다. 소은정이 웃었다. “괜찮아요. 다만 박 대표가 충격받은 것 같던데. 혹시 예전에 박 대표에게 미움을 샀나요?” 눈치 빠른 사람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박수혁의 자존심이 꺾였다는걸. 남유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미움을 샀다기보다는 좀 신세 진 게 있거든요. 에이, 지금 찾아가서 사과할게요!” 그녀는 더 지체하면 박수혁이 내일 자신의 와인바를 문 닫게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박수혁처럼 돈 있고 빽있는 사람들은 그들을 밟아 죽이는 게 개미 한 마리 죽이는 것만큼 쉬우니까. 소은정이 전동하를 쳐다보며 자기 생각을 고민하듯이 털어놓았다. “박수혁의 고질병이 또 도졌네요.” “어떤 고질병이요?” “잘난 체하는 거요.” 소은정의 말이 끝나자 전동하가 아주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방금 나눈 짧은 대화 몇 마디로, 한 명은 오해를 하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오해를 받고 싶지 않다는 것을 기본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남유주는 오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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