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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6화 생기를 잃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 그들 속에 소은정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하늘이 무너질 듯한 절절한 울음소리와 비명들이 어지럽게 섞여 있다. 무릎을 꿇고 앉은 사람들의 얼굴은 극도의 두려움에 하얗게 질려있었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그들이 느끼는 슬픔은 말로 형용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벽이 그녀를 마치 전혀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창백한 얼굴을 한 그녀가 눈앞의 폐허 더미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장욱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 역시 표정이 좋지 않았다. 구조를 도왔던 그는 온몸이 먼지투성이여서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그녀를 응시하던 그는 뭔가를 말하려다 도로 삼켰다. 그의 처진 눈에는 많은 감정들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었다. “지진이 시작되면서 바닥이 갈라졌고 제가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마침 여기에 서 계셨던 전 대표님과 3명의 일행분들이 모두 아래로 떨어졌어요.” 너무 가혹한 말이었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이었다. 소은정의 얼굴빛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그녀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저 사라진 단면 쪽에 시선을 고정한 채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그곳은 여전히 약간의 흔들림이 남아있었고 많은 사람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조금 전까지도 그는 멀쩡했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따스하게 안아줬었다. 그의 따뜻했던 온기를 아직 느낄 수 있었다. 어찌 이럴 수 있는가? 우두커니 그 자리에 서 있는 그녀는 도무지 어떤 단어로 자신의 기분을 형용해야 할지 몰랐다. 표현하기 어려운 슬픔이 온몸을 휘감았다. 급기야 공포로 점점 변했다. 작디작은 신경 세포까지도 모조리 마비시키며 그녀를 아프게 했다. 그것은 마치 목을 조르며 생명을 위협하는 것 같아 그녀는 숨쉬기조차 어려웠다. 재차 확인하려 그곳으로 걸음을 옮긴 그녀를 장욱이 막았다. “안 돼요. 아직 여진이 남아있으니 위험해요.” 머릿속이 하얀 백지가 된 그녀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더 가까이에 가서 상황을 보고 싶었다. 혹시라도 전동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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