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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4화 가야만 해

“알아. 당신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내가 더 잘 알아.” 한유라가 심강열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그녀와 똑같은 향기를 풍기는 부드러운 머리칼이 한유라의 손가락을 간질였다. 익숙한 향기 때문일까? 그녀의 마음도 살짝 풀어졌다. “하지만... 내 마음도 좀 알아줘. 언제까지 당신 뒤에 숨어있을 순 없잖아. 남자 하나 잘 물어서 속 편하게 산다는 소리 듣고 싶지 않아. 당신이랑 결혼한 거 내 최고의 행운이야. 그래서 그 행운에 걸맞는 사람이 되려고.” 말을 마친 한유라의 손가락이 잘생긴 심강열의 이목구비를 야릇하게 훑었다. “당신도 내가 무능력하다는 소리 듣는 건 싫지?” 괜찮다고. 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제발 내 곁에만 있어달라고...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달콤한 한유라의 목소리에 도저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본 순간, 이젠 무슨 말을 해도 그 고집을 꺾을 수 없을 거라는 걸 심강열은 직감했다. “정말... 기어이 가야겠어?” 한유라가 고개를 끄덕이고 심강열은 눈을 질끈 감았다. “세 달. 딱 세 달만 줄 거야. 그 안에 해결 하든 못 하든 무조건 돌아오는 걸로. 더는 양보 못 해.” 그제야 한유라도 활짝 웃으며 심강열의 얼굴에 찐한 뽀뽀를 날렸다. “그래.” ‘일단 가는 건 오케이했으니까 됐어. 세 달? 흥. 그때 가서 더 버티면 되지롱. 자기가 날 납치라도 할 거야 어쩔 거야.’ 그날 오후부터 한유라는 인수 인계 작업을 시작했지만 심강열은 일단 떠나기 전에 친구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두라는 말만 했을 뿐, 정식 공문을 내리는 걸 이상하리만치 질질 끌었고 마음에 가득 찼던 기대감은 점차 의심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심강열의 허락을 받아내고 며칠 뒤, SC그룹. 미팅을 마치고 돌아온 소은정은 자기 사무실인양 소파 상석에 앉은 한유라를 발견하고 헛웃음을 지었다. “왜 회사로 왔어! 새봄이부터 만나러 갔어야지! 네 얼굴 다 까먹겠다.” 이에 한유라가 눈을 흘겼다. “걔 아직 돌도 안 지났어. 사람 얼굴 기억도 못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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