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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2화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 할지라도

심강열이 단호하게 말했다. 어제처럼 우유부단하지도,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는 거머리 같은 유은진을 말끔히 잘라내야 했다. 유은진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말했다. "우리의 과거가 그렇게 비참했다고? 분명히 나와 결혼할 거라 했잖아... 결혼하든 말든 상관없다며..." 심강열은 횡설수설하는 유은진의 말을 끊어버렸다. "우리 사이가 각별한 사이가 아니었다는 건 너도 알잖아. 만약 그때 곁에 있던 사람이 네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어도 똑같았을 거야." 유은진의 몸이 휘청거렸다. 눈동자에는 선명한 핏줄이 졌다. 그녀는 애써 눈물을 참으면서 말했다. "나랑 제일 힘든 시간을 버틴 거, 기억 안 나?" 심강열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 시간은 내 힘으로 버텼고 내 힘으로 다시 일어선 거야. 너 덕분이라는 생각하지마." 유은진은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심강열이 변했다고 생각했다. 아닌가? 하나도 변하지 않은 건가? 심강열은 여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시시콜콜 따지지는 않지만, 잘못된 것에 대해 따끔하게 말한다. 전에 심강열은 유은진이 뭐라고 하든 웃고 넘겼지만, 지금은 확실히 그녀를 끊어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전에 둘이 사귀었을 때도 항상 유은진이 적극적이었다. 심강열의 말처럼 옆에 있던 사람이 누구든지 상관없었을 것이다. 사랑을 할 줄도, 사랑을 받을 줄도 모르고 사랑에는 관심이 없던 심강열이였다. 유은진이 그를 떠난 이유는 심강열의 사업이 가장 힘든 시기를 지났어도 결혼을 입 밖에 꺼내지 않아서였다. 그와 결혼하고 싶었던 유은진은 마침 심강열의 부모님이 기회를 준 틈을 타 전략적 후퇴를 한거다. 유은진이 그의 곁을 떠났을 때 소중함을 알고 애정이 더 깊어질 것이라 생각했으나 유은진이 가자마자 결혼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국내에 다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이미 그의 과거가 되어버렸다. 유은진은 오기 전에 심강열의 결혼녀에 대해 이미 조사했었다. 한유라에 대해서는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소문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당시에는 잘된 일이라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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