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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1화 원수

한유라를 바라보는 심강열의 눈에는 그녀를 향한 미안함과 애틋함이 가득했다. 그는 밤새워 고민한 끝에 정확하고도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어젯밤 오갔던 짜증 섞인 말투와 오해로 인해 그는 이성적이지 못했다. 한유라 또한 술에 취한 상태라 제정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은 서로가 마음을 어느 정도 가라앉힌 상태였다. 아무 말 없는 한유라를 보며 그는 잠시 망설이다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으며 말했다. “허튼 생각 마. 우린 영원히 오래오래 같이 있을 테니까.” 그는 그녀의 손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 순간, 한유라의 얼굴은 조금 편안해진 듯했고 차가웠던 표정이 조금 풀렸다. 그가 하는 말이 거짓말인지 확인하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그의 표정이 어젯밤과 달라서인지 한유라는 계속 심강열을 응시하고 있었다. 영원히, 오래오래 같이 있을 거라는 말. 유치하지만 설레는 그 말에 그녀는 순간 마음이 움직였다. 쌓아두었던 마음의 벽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려는 것일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미소 짓는 심강열을 바라보다가 차에서 내리려 했다. 심강열은 재빨리 차에서 내려 조수석 차 문을 열고 한유라의 손을 잡고는 그녀를 차에서 내리게 했다. 둘은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에 탔고 누가 보든 말든 개의치 않았다. 심강열은 동료들이 함부로 수군대는 걸 보고 싶지 않아 평소에 부부 사이가 얼마나 좋은지 티 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사람이 이 장면을 봤으면 했다. 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꼭대기 층 사무실로 향했다. 심강열은 기분 좋게 한유라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저녁에 어머니가 밥 먹으러 오래. 당신 좋아하는 갈비 준비하신데.” 한유라는 마침내 인색한 눈빛을 거두고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두 사람은 멈칫했다. 비서와 동료들은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비서가 울며 겨자 먹기로 입을 열었다. “대표님, 은진 씨가 아침부터 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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