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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8화 그 여자가 나를 잊어?

이한석의 말이 끝나자 차 안에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 박수혁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고 눈빛은 혼란스러웠다. 잠시 후, 그는 하얗게 질린 입술로 입을 열었다. “그 여자가 나를 잊었다고?” 박수혁은 누군가가 둔기로 자신의 가슴을 내려치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고 마비가 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가슴의 통증은 여전히 생생하게 느껴졌다. 조금 전 백화점에서 만났을 때 그녀가 보였던 차가운 눈빛과 태도가 떠올랐다. 마치 자신의 인생에서 박수혁이라는 사람을 완전히 도려내고 새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어떤가? 그에게 남은 건 끝없는 후회와 절망뿐이었다. 이게 그녀를 저버린 벌일까? 서로 사랑했던 기억으로 버틸 수 있었는데 그 모든 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녀가 했던 네가 그렇게 느끼면 그런 거라던 말이 그를 못 견디게 만들었다. 조금 전까지도 그는 그녀가 자신을 잊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의 차가움도 그냥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완전히 잊었다니! 그는 뒷좌석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으며 헤어나올 수 없는 고통에 사로잡혔다. 그녀의 말이 저주처럼 귓가를 계속 맴돌았다. 물론 그녀가 기억한다고 해도 용서받을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비겁하게도 용서를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회사 일을 핑계로 멀리서 날아왔다. 그녀를 다시 만났을 때 느낀 허전함과 아픔은 아무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가 진짜 다 사라졌고 박수혁은 소은정의 인생에서 흔적도 없이 소멸되었다. 박수혁은 하늘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기회도 안 주고 다 빼앗아갈 수 있나 싶었다. 운전기사와 이한석은 서로 눈치만 보며 입을 다물고 있었다. 박수혁은 침묵 속에서 홀로 아픔을 견디고 있었다. 이한석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백미러를 힐끔거렸다. 해외로 출국하면서 소은정과 전동하를 못 보면 조금은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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