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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0화 연기

답답한 마음을 달랠 길 없었던 손호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부탁드릴게요.” 그는 두 사람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파우더룸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전동하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의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말했다. “손호영 씨랑 둘이 많이 친해요?” 소은정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느긋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친하다고 볼 수는 없죠. 마지막으로 만난 게 작년이었나?” 그제야 전동하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주변에 파리가 너무 꼬이네요!” 소은정은 억울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반박했다. “예쁜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요.” 그녀는 조금 억울했지만 전동하의 말이 농담인 것을 알기에 더 해명하지 않았다. 한편, 파우더룸. 손호영이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김하늘은 거울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가 대충 수정해도 되는데요.” 김하늘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준비한 화장솜을 꺼냈다. “사양하지 말고 어서 앉아요.” 손호영은 말없이 다가가서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김하늘은 숙련된 동작으로 화장을 수정했다. 어차피 매일 하는 화장이고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바빠 보이니 이 정도는 도와줄 수 있었다. 김하늘은 담담한 그의 표정을 보고 속으로 감탄했다. 이때 그가 갑자기 눈을 뜨더니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두 사람 진심인가 봐요?” 김하늘은 멈칫하며 창문을 통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두 사람을 힐끗 보고는 대답했다. “당연하죠.” 손호영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이대로 포기하기는 너무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 김하늘은 알면서도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이 바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호영 씨도 이제 알잖아요. 누군가는 드라마 촬영하다가 연기 과몰입해서 커플이 되는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은정이는 좀 달라요. 추종자들이 많지만 눈길 한번 주지 않죠. 차가운 사람이에요. 예전에는 박수혁을 죽도록 사랑하더니 결국 내쳤잖아요?” 손호영은 말없이 눈을 감았다. “전동하 씨는 겉보기에 예의 바르고 매너남이지만 그건 상대가 자기 밥그릇에 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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