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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0화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어요

소은정은 잠시 침묵하며 창 밖을 바라보았다. 밝은 햇살을 마주하자 혼란스러웠던 기분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엄지환은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 큰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어차피 이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이 나타날 거라 믿고 자신에게 더 유리한 쪽으로 담판을 끌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소은정은 커피잔에 손을 가져가다가 다시 움츠렸다. 그녀는 창문을 통해 바깥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아까처럼 엄숙하고 차분한 모습 대신 모여서 무언가 의논하고 있었는데 수시로 이쪽 사무실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소은정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엄 대표님은 이 프로젝트가 출시하고 꼭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있나요?” 엄지환이 당황한 표정을 짓자 소은정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말했다. “제가 알기로 대표님이 추진하는 이 플랫폼은 오래 전에 다른 회사에서 특허를 신청했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대표님이 먼저 출시하면 이목이야 끌겠지만 특허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울 겁니다. 앞으로 꽤 오랜 시간을 상대 회사와의 소송에 허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상황은 전혀 이 회사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겠죠.” 엄지환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부분을 소은정이 꼬집었다. 그들의 내부 심사 과정이 그만큼 허술했다는 얘기였다. 이런 류의 프로젝트는 일단은 투자금을 끌어오고 작업을 추진한 뒤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부분 투자자들이 눈앞의 이득만 보고 미래에 발생할 문제에 대해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소은정은 그들과 달랐다. ‘내가 경솔했군.’ 엄지환은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떻게든 해결할 방법이 있겠죠. 그때 가서 변호사를 선임하면 됩니다.” 사실 그는 투자 유치를 받은 뒤, 일류 변호사를 선임해서 상대 회사와 합의하거나 배상금을 물어주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었다. 소은정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눈을 깜빡였다. “엄지환 씨는 해결 못할 겁니다.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이 프로젝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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