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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7화 무엇을 위해

박수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다시 폈다. 조금 전 문틈을 통해 어렴풋이 보았던 그녀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사람이지만 이제는 남이 되어버린 사람. 그만을 향해 웃어주던 여자가 이제는 다른 사람의 여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만류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는 남들이 잠든 밤에 몰래 그녀를 그리워하면서 행복했던 과거를 회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오로지 그에게 속한 시간이었다. 한편, 미팅은 저녁 때가 되어서 끝이 났다. 사람들은 서로 인사를 나눈 뒤, 줄을 지어 와인바를 나섰다. 전동하는 임춘식과 인수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느라 마지막까지 자리에 남았고 소은정은 옆에서 조용히 그들을 기다렸다. 기다리다 지친 그녀는 졸음이 몰려왔다. 정신이 몽롱해진 사이 누군가가 그녀의 어깨에 외투를 걸쳐주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눈을 뜨고 자신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이제 갈까요? 돌아가서 쉬어요.” 소은정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드디어 끝났네요.” 사실 그녀는 얼굴만 내밀었고 업무 관련 담화는 전부 전동하가 진행했다. 그녀가 관심 있어하는 프로젝트 얘기가 나오면 그녀가 일부러 언질을 줄 필요도 없이 전동하에게 눈길만 보내면 그가 알아서 적극적으로 대화에 끼어들었고 이 부분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전동하가 다가와서 부드럽게 어깨를 감싸자 소은정은 자연스럽게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밖으로 나가자 전동하가 차 문을 열어주었다. “이제 출발할게요.” 소은정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많이 피곤할 것을 알기에 전동하도 말없이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한참이 지난 뒤에야 구석진 곳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뒷모습이었지만 어둠이 짙게 내려앉아서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그를 따라 밖으로 나온 이한석은 외투를 그에게 건네며 말했다. “대표님, 비행기 시간이 곧 다가오는데 바로 공항으로 출발하실 거죠?” 박수혁은 멀어지는 차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한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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