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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다른 사람

소은정이 정말 친정의 힘으로 입지를 다지고 싶었다면 그녀를 볼 때마다 비난을 퍼붓는 가족들에게 얼마든지 진짜 신분을 밝혔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녀가 원한 건 결혼이라는 관계가 아니라, 박수혁 그의 사랑이었다. 물론 그 기회를 차버렸지만. “그 아이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걸 지켜볼 셈이냐? 그건 우리 태한그룹에게 큰 손해나 마찬가지야!” 소은정이 다른 누구와 재혼을 한다면 전 남편이었던 박수혁과 태한그룹, 박씨 일가까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게 분명했다. 비록 발칙한 소은정이 며느릿감으로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지만 그 뒤에 있는 강력한 SC그룹의 서포트를 얻을 수 있다면 지난 과거는 잊고 편견 없이 다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박대한은 생각했다. 한편, 박대한의 말에 박수혁의 마음은 다른 의미로 복잡해졌다.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한다고? 은정이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문제였다. 비록 이혼 뒤 염문이 끊이지 않는 소은정이었지만 그들 중 누구와 결혼을 할 거란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정말 소은정이 누군가와 결혼을 한다면...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거부감에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그건 안 돼! “소은정이 싫다고 하면 비슷한 집안의 여자와 결혼해. 그래야 SC그룹과 싸울 수 있어.” 결혼은 결국 그룹과 가문을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박대한의 말이 역겹게 느껴졌다. “아니요. 필요 없습니다. 더 이상 SC그룹 건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 나서지 마세요.” 괜히 재결합이라는 말을 꺼내 소은정과의 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도 싫었지만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는 건 더 최악이었다. 할 말을 마친 박수혁은 미련 없이 서재를 나섰다. 한편 계단에서 할아버지의 호통을 기다리던 박예리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들어가고 찻잔이 깨지는 소리가 들린 걸 제외하고 큰소리 한 번 나지 않았다. 하지만 엿들을 용기도 없어 서성이던 그때, 박수혁이 내려왔다. “오빠, 내가 말했지. 소은정이랑 엮이지 말라고. 걔한테 잘해 주지 마. 걔는 그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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