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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9화 내 말 좀 들어봐

통화를 마친 한유라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큰 다리를 휘적거리며 성큼성큼 걸어가는 심강열의 뒤를 하이힐까지 신고 쫓으려니 종아리가 욱신거렸다. 다음 순간, 급한 마음에 계단을 헛디딘 한유라가 그대로 클럽에 대자로 넘어지고 만다. “으악!” 피크 시간대라 다들 얼큰하게 취한 상태,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가 털썩 넘어지니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쏟아졌다. ‘으아... 쪽팔려... 이건 거의 강서진급 쪽팔림인데...’ 무릎에서 느껴지는 고통, 창피함, 그리고 어떻게 심강열에게 해명을 해야 하나 싶은 막연함... 오만가지 감정에 알코올의 힘까지 더해지며 한유라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녀의 시야가 살짝 어두워지더니 누군가 재킷 하나를 던져주었다. 그리고 재킷은 그녀의 치맛자락 사이로 보이는 하얀 허벅지를 완벽하게 가려주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고개를 든 한유라가 불쌍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제발 내 말 좀 들어줘.” 한편, 심강열 역시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그녀의 표정에 다시 마음이 약해졌다. 사실 한유라가 다급하게 그의 뒤를 쫓는 순간부터 이미 분노의 절반은 가신 상태였지만 여전히 굳은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조금이나마 이성을 되찾고 생각해 보니 애초에 그는 한유라를 의심하고 있었고 괜히 그녀에게 함정을 판 게 아닌가 싶은 마음에 미안함까지 밀려들었다. 한편, 코를 훌쩍이며 일어선 한유라가 미간을 찌푸리며 화끈거리는 무릎을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지금은 무릎의 상처보다 더 급한 일이 있으니 바로 해명을 이어갔다. “맹세해. 나 절대 선 넘는 짓 안 했어. 그냥 클럽 사장님이 분위기 좀 띄우라고 넣어준 애들이야. 내가 워낙 단골이라...” 말끝을 흐리던 한유라가 고개를 살짝 들었지만 심강열은 여전히 화가 덜 풀린 듯 굳은 표정이었다. ‘그래, 이 정도로 화가 풀릴 리가 없지.’ 한유라가 심강열의 팔을 살짝 잡아당겼다. “정 못 믿겠으면 사장님한테 물어보든가. 난 진짜 거짓말 안 했다고...” 심연처럼 어두운 눈동자로 한유라를 바라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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