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45화 오빠들
크레이지 밴드는 그저 에피타이저일 뿐, 진짜 본편은 이제 겨우 시작인데 소은정 혼자 슬그머니 빠져나가려 하니 꽤 심통이 난 한유라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소지품을 핸드백에 넣던 소은정의 손이 멈칫했다.
“아까 심 대표한테는 여자들이랑 놀지 말라면서. 넌 남자들이랑 술이나 마시겠다고? 아주 잘하는 짓이다.”
이에 한유라가 어색하게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큼, 그냥 술 한잔 하면서 노는 거야. 누가 뭐 다른 거 한대? 너도 알겠지만 이건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야. 사장님이 특별히 우릴 위해 준비해 주신 건데 성의는 받아야지.”
한유라의 궤변에 소은정이 눈을 흘겼다.
‘아직 자기가 유부녀라는 자각 자체가 없구만. 으이구, 됐다. 사람이 어디 한순간에 변하나... 게다가 결혼생활에 생각보다 꽤 만족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심 대표 실망시킬 짓은 안 하겠지.’
한편 한유라는 김하늘의 목을 끌어안으며 설득을 이어갔다.
“그리고 너랑 하늘이 있잖아. 내가 막 나가도 너희 두 사람이 브레이크 걸어줄 거잖아. 맞지?”
“아, 됐고. 나 진짜 들어가봐야 해. 동하 씨 혼자 집에 있는 게 맘에 걸리네.”
소은정이 어깨를 으쓱하고 한유라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내비쳤다.
“야, 소은정. 너 진짜 많이 변했다. 지금 술자리를 마다하고 남친 병수발이나 들겠다고?”
“동하 씨는 나 때문에 다친 거잖아. 그런 사람 버려두고 나 혼자 놀아제끼면 내 맘이 편하겠니?”
이 말을 마지막으로 소은정이 단호하게 룸을 나서고 한유라, 김하늘은 할 말을 잃은 듯 멍하니 문쪽을 바라보았다.
먼저 침묵을 깬 건 김하늘이었다.
“야, 간 사람은 그냥 쿨하게 보내주고 남자들 들어오라고 해. 나도 궁금하단 말이야.”
이에 한유라가 응큼한 미소와 함께 김하늘의 볼을 쿡 찔렀다.
“김하늘, 너도 변했어. 그렇게 얌전하던 애가. 은해 오빠 하나로 부족하다 이거냐?”
“누가 뭐 한대? 나도 그냥 보기만 한다고 보기만.”
김하늘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오케이, 바로 올라오라고 할게. 우리끼리 놀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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