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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0화 고마워요

불빛 아래. 문틈으로 흘러나오는 말들을 듣고 있자니 지금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으나 다리가 바닥에 박힌 건지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문이 열리고 심강열이 입가를 매만지며 룸을 나섰다. 벽에 기댄 채 서있는 한유라를 발견한 심강열이 미간을 찌푸렸다. “왜 여기 서있어? 안 추워? 자, 집에 가자.” 심강열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한유라는 그 손길을 거절하지 않았다. 아니, 두텁고 따뜻한 그 손을 절박하게 더 꼭 잡았다. 그 온기가 민하준이 그녀의 심장에 꽂은 얼음 비수를 녹이는 듯했다. ‘역시 하느님은 공평하셔. 이렇게 절 구원해 주시네.’ 잠시 후, 집에 도착한 한유라는 따뜻한 온기에 몸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집이다... 여기가 이 사람이랑 평생 살아갈 집. 아늑해....’ 말없이 소파로 다가간 한유라가 털썩 주저앉았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명하면 좋을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머리만 아파지고 표정이 저도 모르게 어두워졌다. 한유라가 아무렇게나 던져버린 핸드백을 주워 올려놓은 심강열이 다가왔다. “백이 무슨 죄야. 언제는 백이 인생의 즐거움이라면서.” 이에 한유라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뭐야? 내가 이 말을 이 사람에게 했던가...’ 그녀의 마음을 들여다 본 듯 심강열이 싱긋 웃었다. “너 아는 사람들은 다 알아. 행복을 아주 많이 가지고 계시다는 것도.” 싱거운 그의 농담에 한유라가 피식 웃었다. “그 사람이 갑자기 거기 나타날 줄은 몰랐어. 내가 원해서 대화한 거 아니야. 나 전 애인한테 질척대는 그런 여자 아니라고.” “알아.” 심강열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 실수야. 괜히 거기로 갔다, 그치? 오늘 힘들게 일한 거 풀어주고 싶어서 간 거였는데 더 엉망이 돼버렸네?” 다른 남자였으면 어떻게 된 거냐 화를 내도 백 번은 더 낼만한 상황인데 스스로의 잘못이라 말하며 오히려 그녀를 달래는 심강열을 바라보던 한유라는 갑자기 울컥 감정이 북받쳐오르기 시작했다. “이 결혼 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어. 당신 배신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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