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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망상

눈앞에 펼쳐진 참상에 항상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박수혁의 목소리도 살짝 떨려왔다. 엉망이 된 서민영의 차, 그 옆에 우아하게 서 있는 소은정, 굳이 묻지 않아도 누가 한 짓인지 알 수 있었다. 항상 친절하고 착하던 소은정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보면 몰라? 내가 한 거야.” 할 말도 다 전했겠다, 박수혁도 왔겠다 더 이상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았던 소은정이 바로 돌아섰다. 이때 박수혁이 그녀의 앞을 막아 나섰다. “민영이랑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이라 아니라고 말했잖아. 그런데 왜...!” 박수혁은 소은정이 그와 서민영이 아무런 사이가 아니라는 걸 알고 복수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느꼈던 질투에 대한 복수. 비록 그 방식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었지만... 화는 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조금 기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소은정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내가 너 때문에 이렇게 했다고 생각해?” 순간, 박수혁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참 가만히 보면 은근히 자뻑이라니까. 세상 여자들이 다 당신을 좋아하는 줄 알지? 그래, 나도 좋아했었지. 하지만 이젠 아니야.” 말을 마친 소은정은 의아한 표정의 박수혁을 남겨두고 다시 차에 올라탔다. 천천히 움직이던 차는 박수혁 옆에서 다시 멈춰 섰다. 차창이 천천히 내려가고 소은정은 창문 틈으로 보고서를 휙 던진 뒤 바로 자리를 떴다. 자뻑에 관종, 잘 어울리는 한 쌍이네. 보고서를 집어 들어 내용을 확인한 박수혁의 얼굴에 분노가 피어올랐다. 서민영과 남자가 소은정의 앞에서 얘기를 나누는 사진이었다. 그날 밤, 일어났던 그 사고가... 설마... 그날 박수혁이 끼어들지 않았다면 소은정은 분명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소은정이 버리고 간 보고서는 서민영이 살인을 사주했다는 명확한 증거였다. 그래서... 복수를 한 거였어? 보고서를 든 손에 힘이 들어가고 종이가 힘없이 구겨졌다. 성준상이 죽은 뒤로 이런 충격은 처음이었다. 질투로 인한 복수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실망스러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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