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81화 이면
“아니지. 아버지가 죄책감 같은 걸 느낄 리가 없죠. 그런 건 인간이나 느끼는 감정일 테니까. 아들보다 남동생을 더 끔찍하게 아끼는 그 모습, 누가 봐도 정상은 아니니 수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겁니다. 이 비밀 관짝까지 가지고 가고 싶으면 행동거지 조심하세요.”
다시 돌아선 전동하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잘 참았어...
“전동하! 감히 나한테 그딴 식으로 말을 해? 더러운 사생아 자식, 먹여주고 재워줬더니 말도 안 되는 루머로 우리 가문의 얼굴에 똥물을 끼얹어?”
하지만 전동하는 전씨 일가의 체면 따위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이미 콩가루인 집안, 더 잃을 체면 같은 게 남아있었나?
“피차 얼굴 보면 역겹고 기분 더러운 건 마찬가지니 저한테서 관심 끄세요. 그리고 은정 씨한테도요. 가만히 있는 사람 자꾸 들쑤시지 말라는 말입니다. 안 그럼... 어느 날 아침 기사 톱라인에 이 재밌는 가십거리가 뉴스로 올라오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기자들이 환장할 만한 소재잖아요?”
하지만 전인국도 이대로 물러날 위인은 아니었다.
“넌 몰라도 소은정 그 여자는 안 돼. 박수혁 대표가 대단하긴 하더라. 법적으로 해결할 만한 증거는 아주 다 지워버렸더라고? 그런데 날 너무 무시한 거 아니니? 내가 정말 못 알아낼 거라 생각했어?”
전인국의 주름진 목이 팽창된 힘줄의 흔적으로 꿈틀거렸다.
“우리 기섭이 그렇게 만들어놓고 평생 하하호호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야? SC그룹의 딸이라고 해도 상관없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대가는 치르게 만들 테니까.”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다시 돌아선 전동하 역시 악마가 빙의라도 된 듯 무시무시한 얼굴로 전인국을 노려보았다.
“전기섭 그 자식이 왜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시나 봐요? 자업자득이니 업보다 생각하고 평생 병수발이나 드세요. 은정 씨 털끝 하나라도 건드려 봐요. 정말 가만히 안 있습니다.”
전인그룹의 추잡한 비밀은 전동하의 목숨을 지키는 부적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내가 은정 씨를 지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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