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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쓰레기

“몰라.” 박수혁은 차갑게 대답한 뒤 강서진의 팔을 뿌리쳤다. 3년 전, 서민영이 교통사고를 당한 날이었다. 출혈 상태가 심해 수혈이 필요했지만 RH- 혈액형 잔고가 부족해 안절부절못하던 그때, 소은정이 다가왔다. 수혈을 해줄 수 있으니 결혼해 달라고. 워낙 긴박한 상황이라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두 사람은 얼렁뚱땅 혼인신고까지 하게 되었다. 사랑하진 않았지만 아내로서 최대한 존중해 줬다고 생각하며 나름 자부심을 느꼈었는데 이혼 후 알게 된 진실은 그게 아니었다. 이때 룸 밖에서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호기심에 밖에 나가 본 강서진이 부랴부랴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젠장, 소은정 그 여자가 왔어!” 가슴이 터질 듯한 음악, 스테이지의 사람들은 춤을 추며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중 센터에 선 소은정은 지금까지 숨겨둔 춤 실력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완벽한 얼굴과 몸매, 자신감 넘치는 미소,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옆에 있는 남자 파트너와 화끈한 커플 댄스까지 보여주자 사람들은 더 환호했다. 강서진도 그 자태에 시선을 빼앗기고 속도 없이 열광하는 사람들에게 동참했다.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소은정은 강서진과 박수혁의 모습을 발견하고 더러운 물건이라도 본 듯 바로 표정이 굳더니 스테이지에서 내려갔다. 영문을 모르는 다른 사람들은 아쉬운 탄식을 내뱉을 뿐이었다. 스테이지 조명 밖, 어두운 구석에 서 있던 박수혁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이렇게 춤을 잘 췄다는 것도 저렇게 매력적으로 웃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몰랐었다. 3년 동안 그런 모습은 한 번도 볼 수 없었으니까. 그에게 당당하게 다가와 마음을 고백하고 그만큼 치열하게 사랑했던 것만큼 이제 미련 또한 남아있지 않는 거겠지. 게다가 서민영과의 관계를 오해하고 상처를 받았을 걸 생각하니 가슴이 또다시 답답해졌다. 전우가 마지막 남긴 유언에 사로잡혀 필요 이상으로 잘해주긴 했었다. 그렇다면 소은정에게 제대로 해명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언제까지나 그의 이기심을 받아줄 거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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