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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너그러움

박대한은 그를 향해 다가오는 소찬식, 소은정 두 부녀를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오늘 충분히 놀라웠습니다. 아주 대단한 따님을 두셨더군요.” 박씨 일가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 이 모든 판을 짰다니. 저번에 소은정의 사무실에서 소찬식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을 때도 전혀 겁을 먹지 않는 모습에 의아했었는데 그때부터 이 모든 걸 계획하고 있었던 걸까? 소찬식은 박수혁을 힐끗 바라보았다. 온갖 풍파를 겪은 박대한도 이성을 잃을 정도로 타격이 컸을 텐데 여전히 의연한 모습에 진심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중한 딸에게 상처만 주지 않았다면... 이 정도 남자라면 사위로 기꺼이 받아들였을 텐데... “박 회장님이 왜 화를 내시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곱게 키운 제 딸 3년 동안 하녀처럼 부려먹고 이혼 뒤에도 온갖 모욕을 받게 만든 건 박 회장님이 아니십니까?” 소찬식이 따져 물었다. 박수혁은 소찬식 옆에 있는 소은정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은 쳐다도 보고 싶지 않다는 듯 드레스에 달린 다이아몬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사실 박수혁도 결코 놀라지 않은 건 아니었다. 이혼 뒤 보여줬던 소은정의 모습들이 드디어 이해가 되는 것과 동시에 소은호, 소은정 누가 봐도 남매인 이름과 이목구비가 떠오르며 왜 진작 눈치채지 못했을까 후회가 되기도 했다. 반면 박대한은 불편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했다. “신분을 숨기고 수혁이와 결혼한 건 그쪽 따님입니다. 마음먹고 숨긴 사실을 저희가 무슨 수로 알아낸단 말입니까?” 박대한이 변명했다. “그럼 평범한 집안 딸이면 그런 푸대접을 받아도 된다는 겁니까? 돈 좀 있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인격을 짓밟으면 안 되시죠. 아드님과 결혼한다고 했을 때 솔직히 전 반대했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느끼는 사랑이란 감정이 얼마나 덧없는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은정이가 가족과의 인연을 끊고 결혼을 강행하더군요. 그래서 3년 동안 연락도 안 하고 지냈지만 그래도 의절까지 하면서 얻어낸 사랑이니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길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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