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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0화 때리고 싶으면 때려

그리고 지금은 이미 바닥까지 추락한 자존심을 다시 되찾는 게 중요했다. 거칠게 문이 닫히는 소리에 소은정이 고개를 돌리려던 그때 거대한 힘이 그녀를 뒤로 잡아당겼다. 벽에 제압당한 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 전기섭이 숨을 쉴 때마다 느껴지는 술 내음에 속이 울렁거렸다. “네가 뭔데 그딴 표정으로 날 바라봐. 사과해. 사과 안 하면 여기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갈 줄 알아.” 하, 이젠 협박까지? 제대로 막 나가네. 망나니 같은 자식. 소은정은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야, 너 그거 안 놔!” 한유라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다음 순간, 소은정이 전기섭의 팔을 잡아 뒤로 비틀었다. 뚝! 관절이 어긋나는 소리와 함께 소은정이 하이힐로 전기섭의 배를 걷어찼다. 벽에 등을 부딪힌 전기섭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순식간에 상황이 뒤집히고 또각또각 걸어간 소은정이 비아냥거렸다. “난 또... 다짜고짜 덤비길래 뭐라도 되는 줄 알았네.”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던 그때, 맞은 편 룸 문이 벌컥 열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오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소은정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동하 씨?” 오늘 저녁 약속 있다고 했었잖아? 설마 약속 장소가 여기였어? 전동하 역시 소은정이 여기 있을 줄은 모르고 그저 소란스러워 문을 연 것뿐이었다. 하지만 놀람도 잠시 바로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온 그가 소은정의 이곳저곳을 살폈다. “괜찮아요? 어디 다친 건 아니죠?” 소은정이 고개를 젓고 다시 고개를 돌린 전동하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었다. “전기섭?” 전동하, 전기섭 두 사람 사이에서 풍기는 묘한 화학 냄새에 소은정도 왠지 긴장되기 시작했다. 워낙 전동하를 싫어하긴 했지만 시궁창 같은 곳에서 며칠 동안이나 갇혀있었던 전기섭의 증오는 이미 한계치를 넘어선 상태였다. 당장이라도 뼈까지 씹어먹고 싶었지만 더 이상 한국에서 사고를 치지 말라는 전인국의 분부가 있었기에 겨우 참고 있었는데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그것도 이렇게 비참한 꼴로... 전기섭이 고통을 무릅쓰고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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