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9화 일단 예의는 차려야 하니까
어차피 이 자리에서 밝힐 생각은 없었지만 칼자루는 그녀가 쥐고 있으니 두려울 게 없었다.
점점 더 험악해지는 분위기에 사람들이 바로 상황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전 대표님 많이 취하셨네. 우리 나가서 바람이라도 좀 쐴까요?”
“은정아, 너 화장실 간다면서. 내가 같이 가줄까?”
“대표님, 너무 화내지 마세요. 그냥 하는 말일 거예요. 술은 저희랑 마시시죠.”
누군가 또다시 술 얘기를 꺼내고 전기섭이 어금니를 까득 깨물었다.
다시 테이블에 놓인 술잔을 든 전기섭이 소은정을 향해 걸어갔다.
“좋습니다. 이 술 다 마시면 아까 있었던 일은 없었던 걸로 하죠...”
하, 뭐야? 이 봐준다는 듯한 말투는... 주제도 모르고.
소은정은 헛웃음을 짓더니 팔짱을 끼고 전기섭의 이글거리는 눈동자를 마주했다.
커다란 룸이 다시 침묵에 잠긴 그때.
술에 취해 꾸벅꾸벅 졸고 있던 한유라가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눈을 번쩍 떴다.
미간을 찌푸린 그녀가 사람들을 밀치며 소은정에게 다가갔다.
“은정아, 너 성격 많이 죽었다? 저런 협박에 겁 먹은 건 아니지?”
한유라의 말에 사람들의 얼굴에 두려움이 서렸다.
SC그룹의 위상이 대단한 것도 있었지만 아직 경영수업 중인 대부분 재벌 2세들과 달리 소은정은 제대로 된 대표이자 최대 주주였다.
전기섭 주위에 섰던 남자들마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술에 취해 졸고 있다 이제야 다가온 한유라를 흘겨본 소은정이 말했다.
“뭐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지.”
“그래서? 더 지킬 의미가 있는 것 같아?”
“아니.”
옆사람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두 사람의 대화에 전기섭은 불안한 예감에 휩싸였다.
오늘 점심 윤시라에게 거침없이 물을 끼얹던 소은정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차피 윤시라 정도야 이 바닥에서 아무것도 아니었으니 별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지만 어느새 그에게서 멀어지는 사람들의 모습에 전기섭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슨 짓을 하...
전기섭이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잔을 들고 있던 손이 가벼워지고 위스키가 그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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