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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6화 노출증

유리조각에 베인 상처를 움켜쥔 윤시라가 매서운 눈빛으로 신지연을 노려보았다. “꺼져. 네까짓 게 뭐라고 입을 놀려.” 그녀의 태도에 신지연이 피식 웃었다. “사실 엄마 아빠 사이 안 좋은 건 이미 전부터 알고 있었고 아빠가 언젠가 재혼할 거란 것도 알고 있었어. 하지만 너처럼 여우 같은 여자는 안 돼. 쓰레기 같은 X.”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에게서 언젠가 새 엄마를 맞이하게 될 거라는 얘기를 들어온 신지연은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해둔 상태였고 친 모녀처럼 막역한 사이는 아니더라도 웬만큼 사이좋게 지낼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넌 안 돼... 너 같은 걸 내 엄마라고 인정할 순 없어. 말을 마친 신지연이 돌아서고 룸 앞에서 잔뜩 긴장한 얼굴로 윤시라의 코트를 들고 있는 직원을 발견하고 피식 웃었다. “코트 줄 필요 없어요. 아무 때나 벗어제끼는 여자거든요. 노출증이라고 해야 하나? 아, 손해배상은 천한그룹 쪽에 청구하세요. 저 여자... 천한강 대표 딸이거든요.” 말을 마친 신지연은 여유롭게 걸음을 옮기며 소은정에게 문자를 보냈다. “모든 게 완벽했어요. 고마워요, 언니.” 문자를 확인한 소은정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날 밤. 소은정은 친구들의 초대를 받았다. 마침 전동하도 일 때문에 바빠 데이트도 없겠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던 소은정이 바로 펍으로 향했다. 커다란 룸, 익숙한 얼굴들 사이로 한유라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소은정의 자리를 비워둔 한유라는 이미 거하게 한 잔 걸쳤는지 눈빛이 조금 풀어진 모습이었다. 가슴까지 쿵쿵 대는 음악소리에 한유라가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소리쳤다. “야, 윤시라 그 여자 파혼당했다면서? 윤시라가 큰 사고 친 것 같은데 뭐 아는 거 있어?” 하, 신호민 대표... 생각보다 빨리 움직였네. 하긴, 이 세상 어느 누가 그 꼴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 부처도 안 될 거야... “그래?” 소은정이 모르는 척 어깨를 으쓱하고 한유라가 자연스레 그녀의 팔짱을 끼며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은 다 쌤통이라는 태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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