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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0화 백이 있는 느낌

한참을 가만히 있던 전동하가 말했다. “괜찮아요, 은정 씨. 난 괜찮아요...” 어렸을 때부터 사생애아라는 오명 때문에 전동하는 기 한번 못 펴고 살았다. 비록 재벌가의 자제였지만 그저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이 사는 사생아였을 뿐. 왜 태어난 걸까? 생각이라는 걸 하게 된 순간부터 전동하의 머릿속을 꽉 채운 의문이었다. 허영만 가득 찬 엄마, 책임감 없는 아빠, 그리고 무력한 자신... 아무런 걱정 없이 밝기만 한 또래 아이들을 볼 때마다 부러움을 넘어 질투가 느껴졌다. 그가 전씨 일가에서 배운 건 침묵하고 스스로의 감정을 감추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굽히고 들어가도 그를 향한 전기섭의 적대감은 나날이 커져만 갔다. 전인그룹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처음 두각을 드러내자 전인국은 바로 함정을 파 그를 회사에서 쫓아냈다. 어디서 더러운 사생아 주제에 기어오르려고. 평생 지옥에서 살아... 그를 바라보는 전기섭의 시선은 항상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모든 걸 버리고 집을 나왔고 말 그대로 혈혈단신으로 월가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다졌다. 내가 비참하게 살길 바라? 그럴 수록 더 떡하니 잘 살아주겠어. 자기 힘을 키워야 아들과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죽기 살기로 일했고 이제야 좀 숨통이 트이나 싶을 때 소은정이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좋다... 이런 게 행복인 걸까? 잠시 후, 한참을 훌쩍이던 소은정이 고개를 들었다. 눈물에 셔츠가 흠뻑 젖은 걸 발견한 소은정이 멋쩍은 얼굴로 셔츠를 어루만졌다. “어쨌든 앞으로 그 누구도 동하 씨 괴롭히지 못하게 내가 지켜줄게요. 얼른 들어가요.” 소은정의 말에 전동하의 가슴이 살랑거렸다. 이렇게 예쁜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한편, 파티장 앞. 오늘 밤은 밤바람이 유난히 차가웠다. 차에 기댄 박수혁이 자신의 상태를 살폈다. 셔츠에 달렸던 다이아몬드 커프스 단추가 어느새 사라져버렸지만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허했다. 차가운 얼굴로 담배를 입에 문 박수혁이 주머니에서 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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