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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4장

"무슨 얘기요? 지금 얘기하면 안 돼요?" 그녀는 말을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론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의 오해가 풀렸으니 그가 하고 싶은 말은 분명 그녀에게 기회를 한 번만 더 달라는 것이다. 그녀는 지난번에 돌려서 거절했는데 이번에도 허락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그를 미워한다기보다 자신이 냉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두 사람은 지금 서로 존중하며 너무 친하지도, 너무 낯설지도 않으니 이거면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 말해봤자 뚜렷한 결론을 못 내겠지." 그는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했다. "출장에서 돌아오면 결과가 있는 거예요?" 진아연이 의아하게 물었다. "출장을 며칠 갔다 와요?" "일주일." "그럼 일주일 뒤에 다시 얘기해요."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자신의 팔을 잡은 그의 커다란 손을 바라보았다. "아까 카드놀이를 하고 손 씻었어요?" 그녀는 그의 손이 더럽다고 생각했다. 그는 어리둥절해 있다가 그녀의 손을 잡고 화장실로 향했다. "같이 손 씻으러 가자." 두 사람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회장을 가로질렀다. "오늘 두 사람의 관계가 빠르게 발전하는 것 같은데요?" 마이크가 김세연에게 물었다. 김세연은 잘생긴 얼굴에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모르겠어요. 딱 봐도 아연이가 싫어하는 것 같은데요." 마이크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싫다면서 따라갈 사람이 아니에요. 다른 남자였다면 실패했을 거예요." 김세연은 턱을 살짝 쳐들고 말했다. "별로 좋게 안 보여요. 박시준이 지금 보기엔 괜찮은 것 같아도 몇 년만 더 지나면 그쪽으론 안 될 거예요." 마이크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왜요? 나이 든 남자는 다 쓸모없어 지나요? 지금 보기엔 괜찮다니, 몇 년 뒤에 여자로 성전환 수술이라도 한대요? 김세연 씨가 말을 이렇게 독하게 한다는 걸 아연이는 모르죠?" 김세연은 부드럽게 그를 바라보며 설명했다. "나이든 남자를 무시한다는 말이 아니에요. 저도 언젠간 늙을 테니까요. 하지만 박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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