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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8장

그녀가 떠난 후 그는 주치의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전 괜찮습니다. 오실 필요 없습니다." 의사는 약간 당황했다. "박 대표님, 이미 가고 있는 중입니다. 아무래도 가서 살펴보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그는 전화를 끊었다. 손을 들어 이마의 온도를 만졌다. 조금 뜨거웠다. 진아연이 오기 전까지 그는 자신이 열이 나고 있는 것을 몰랐다. 몸이 조금 불편하긴 해도 업무에 지장은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온 후 그는 온몸의 힘이 빠져나간 것 같았다. 그는 침대에 누워 아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몇 번이고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오늘 밤 일어난 일을 잊으려고 할 때마다 지성의 작은 얼굴이 떠올랐다. 지성의 작은 얼굴과 밝고 호기심에 가득 찬 눈은 눈 부신 빛처럼 어두운 구름을 뚫고 안개를 흩어 버렸다. 의사가 박시준의 집에 도착했을 때 박시준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 의사는 그의 이마를 만져보고 체온이 너무 높다는 것을 확인한 뒤 곧바로 전자 체온계를 꺼내 그의 이마에 비추었다. 디스플레이에 숫자가 나타났다. 38.9℃. 일반적으로 체온이 38.5도를 초과하면 해열제를 복용해야 한다. 박시준은 지금 자고 있어서 의사는 그에게 링거를 놓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아침, 박시준은 눈을 떴다. 그의 열은 내렸다. 몸의 무거움도 사라졌고 머리도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시은의 사건 후 그는 매일 슬픔에 잠을 못 이뤘고, 긴 시간의 휴식 부족으로 두통을 앓았다. 이번 감기는 그가 제대로 잠을 잘 수 있게 해주었다. 잠을 잘 자고 나니 정신이 훨씬 맑아졌다. 기분도 이전처럼 우울하지 않았다. 그는 이불을 젖히고 앉았다. 침대 옆 탁자에는 주치의가 남긴 약과 메모가 있었다. 메모를 집어 드니 위에는 약 복용 설명과 당부하는 글이 적혀있었다. 그는 메모를 내려놓고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가 커튼을 열었다. 오늘은 눈이 내리지 않았다. 마당의 눈도 곧 녹을 것처럼 보였고 황금빛이 반짝이는 것 같았다. 그는 몸을 돌려 욕실 쪽으로 걸어갔다. 샤워를 마친 그는 루즈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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